예일대 벤자민 버더리 교수의 기타연주회를 보러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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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예일대학 교수로 재직한다는 벤자민 버더리 교수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아는 바는 없었다. 단지, 그분이 매우 저명한 기타과 교수로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클래식 기타리스트라는 점만 어렴풋이 매스컴을 통해서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버더리 교수가 내한을 해서 연주회를 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 연유에는 좋아하던 후배 서만재 교수의 공로가 컸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 인터넷에서 찾아낸 어느 연주회장에서의 서만재 교수 -
사연인즉, 서만재 교수가 가르쳤던 제자 중에서 아주 빼어난 실력을 갖췄다는 인물로 전장수라는 예술가가 있는데, 그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학원에서 버더리 교수를 지도스승으로 계속 공부를 했다 한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인 기타리스트로서는 처음으로 금년 5월 24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독주회를 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한국인 스승인 서만재씨가 그래서 이번 버더리 내한공연을 주선하게 되었으니... 한국과 미국의 두 스승 간에 만남의 향연이 펼쳐졌다고나 할까... 졸지에 그 덕분에 빼어나고 현대적인 모던 기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매우 유익했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래, 이 자리를 빌어 서만재 교수에게 감사를 표한다. 더불어 서교수의 예술혼이 대기만성에 이르러 신기 넘치는(지금도 신기神氣가 철철 넘치고 있지만...) 경지를 완성하기를 기원 드린다.
- 서교수는 세종 체임버홀이라며 휴대폰 사진을 보내 오는 둥... 공연관람을 협박(?)했었다 -
그런 연유로(서만재 교수가 한 달전 부터 금번 3월 13일 밤은 비워 놓으라는 엄포가(?) 있었기 때문) 인해, 또한 서교수의 정성에 주눅이 들려서 꼭 참석해야만 하게 된 것이다. 서만재 교수는 총각시절 부터 함께 음악을 즐겨 듣고 연주를 좋아했던 인연이 있는 매우 친숙한 후배였는데... 그때부터 꾸준히 클래식 기타 분야의 한우물만 파더니,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게 되어 점점 유명해지기 시작한 대단히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작년에 보았던 스페인 집시들의 플라맹고 공연은 너무 감동적이어서 결코 잊을 수가 없는데... 그 또한 집시적인 취향에 어울리게... 그 연주회 당시에 스페인 곡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던 것이며... 그래서 또한 그 열정을 존중하며 간직하게 되었던 것이다.
총각시절부터... 모두들 그가 전공으로 클래식 기타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지만... 그는 일점 흔들림이 없었고... 급기야는 스페인에 7년 간이나 유학을 다녀 오더니... 근래에 들어서는 점점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는 대기만성형의 매우 참신한 감각을 소유한 아티스트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
- 매우 정갈한 인상의 벤자민 버더리 교수 - - 두 개의 기타를 가지고서 클래식과 팝의 세계, 모던 기타의 세계까지 넘나 들었다 -
벤자민 버더리 교수는 서교수와 1955년 동갑내기였다. 그는 미국인답게 엘비스 프레슬리와 지미 핸드릭스를 재해석하여 나름의 작곡을 완성하였으면서도, 그 스스로는 재편곡했다고 겸손하게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겸양일 뿐... 새로운 작곡 세계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으리라. 그가 연주하는 내내... 그는 마치 동자승처럼 맑은 향기를 풍기며 연주에 몰입하곤 하였는데... 그 천진한 동안童顔의 표정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여실히 맑은 혼의 소유자임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그 점에 있어서는 서교수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어 보였다.
- 요절한 천재 팝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의 퍼플 헤이즈를 재해석하기도 했다 - - 그가 작곡한 Be Kind All The Time은 수정처럼 순수한 맑음이 있었다 -
Be Kind All The Time은 2003년도에 작곡한 버더리 교수의 작품으로서 기타(전기적확성장치를 가진), 루프, 디지탈 딜레이, 음량 페달, 클립, 미끄럼 막대와 젓가락을 위해 작곡한 작품이다. 크게 세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첫 번째 부분은 작은 단을 나누어 연주한 부분을 녹음한 뒤 그것을 재생하면서 동시에 뒷부분을 연주하여 겹치도록 연주한다. 두번째 부분과 세번째 부분은 디지탈 딜레이를 사용한다. 특히 디지탈 딜레이 장치에 사용하여 지연된 음 위에 여러 다른 음을 계속해서 결합시킴으로써 음들의 수를 더해 가는 기법으로 연주를 한다. 두번째 부분에서 연주자는 새로운 소리를 위해 클립과 젓가락을 사용하는데 젓가락은 다섯째 플랫의 줄 아래에 사용해서 매우 독특한 사운드적 효과를 얻어 낸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부분은 빠르게 처음에 등장했던 음악적 아이템들의 반복을 수행하면서 작품을 종결로 이끈다. 이 곡에는 여러 주제가 나오지만 주요한 주제 선율은 없다. 특히 변칙적인 선율을 번갈아 사용해서 작곡가는 작품에서 묘한 여운을 남게 한다. 이 작품의 전체 연주 시간은 14분 정도인데, 이것은 14번째 달라이 라마인 H. H.와 함께 세상에서 평화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헌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이다.(팜플렛에서 발췌)
그가 해석하는 평화의 기원은 특히 그의 연주 스타일에서도 그대로 묻어 나왔다. 기타를 연주하는 자세가... 그대로 갓난아이 동생을 안고 있는 오빠의 모습으로 비쳐왔던 것이다. 간간히 기타를 끌어안은 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면서도 갓난아이가 잠에서 깰세라... 조심스런 행동을 하며, 그대로 선계에 홀로 취해 들어간듯... 스스로 취해들어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연주하는 그의 모습은 선기禪氣가 느껴져서 참으로 감동을 자아내게 하였다. 이렇게 스스로 악기에 심취한다는 자체 하나만으로도 그의 에술혼의 세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튼 대단한 인물을 오늘 만나게 되어 새로운 감흥을 불러 일으켜 주었다.
- 연주가 끝나고 오랫만에 만난 그리운 이들과 함께 - (이 택 원장, 서만재 교수, 쾌활 원장님, 맑은 해인님, 포우 선생님)
그리고 오랫만에 만난 그리운 이들과의 대화도 참으로 기억에 남는 한 페이지로 자림매김하고 있었다. 서교수가 연주회 끝나고 리셉션이 있으니 꼭 참석해 달라는 엄포(?)를 또 놓았기 때문에 우리는 오랫만에 즐거운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다. 특히 올 해 6학년에 올라간 맑은 해인님을 만나 기분이 더욱 좋았다. 어려서부터 주욱 지켜보고 있지만 너무나 영특하여(하기야 그의 부모가 누구인가. 천상천하에 거리낄 것 없는 분들이 아니던가 말이다ㅎ) 매우 이뻐하는 조카이기에 더욱 즐거운 밤이었다. 해인님은 이번 겨울에 장학생으로 뽑히어 캐나다 밴쿠버에서 어학연수를 두 달 동안이나 받고 귀국했다 한다. 어렸을 때 부터 부모를 따라 인도의 명상 캠프를 다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해인님은 영성이 아주 맑게 성장하리라 믿는다. 맑고 밝은 영성이 해인님의 영육간에 항상 임재하기를 또한 빌어 본다.
- 순진한 동심을 지녔을 법한 버더리 교수의 사인회도 있었다 - - 리셉션장에서도 버더리 교수는 기념촬영에 바빴다 - - 좌로부터 정선식박사, 버더리 교수, 정박사 사모님, 서만재 교수의 기념촬영 모습 - - 천상천하에 가장 어울리는 커플- - 맑은 해인님이 늦은 시간이라 잠이 왔나부다 - - 동양의 고전을 꿰뚫고 있는 이원장의 잔잔한 모습 -
나이가 들어갈 수록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아쉬워지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왜 그런지 요즘은 죽음에 대해서 무척이나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근자에... 따르던 선배들의 하직이 이어져서가 아닌가 곰곰히 생각해 본다.
퇴계선생은 말하기를... 사계절 동안에 매번 꽃이 피어난다는 핑계를 들어서라도 지인들과 만나는 기회를 자주 갖는게 좋다고 하였다. 또한 전기의 매화서옥도는 설중매 핀 산중의 서옥에 앉아, 거문고 매고 찾아 오는 지우知友를 기다리는 그림이었으니... 이 모두가 좋은 인연들의 창출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오늘에... 연주회에 참석했던 이들에게... 또한 서교수에게 답례로... '명경헌에 매화꽃 필 때 초대할 터이니... 함께 매화음梅花吟을 즐기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매화를 끔찍이도 사랑했던 퇴계 이황은 매화를 도반(徒伴)이자 벗, 그리고 사랑하는 애인으로 생각하였으며, 스스로를 정말 매화를 아는 사람이란 뜻의 [진지매자](眞知梅者)라 칭하였다. 퇴계는 운명하던 섣달 초순의 추운 날 아침 기르던 분매(盆梅)에 “물을 주어라”를 마지막 유언으로 남기기도 했다고 한다.
퇴계의 경지에는 비록 이르지 못할지라도... 내, 빠지지 않으리라. 어제는 매화군자를 큰 분盆에 앉히면서 '내, 가는 곳마다, 너! 데리고 다니리라' 작정을 하였으며... 오늘도 명경헌 소류小流 곁에... 서옥에서 잘 보이는 양지 바른 곳을 골라 매군자님 한그루를 옮겨 심었다. 이 매화 번성하면 나... 가고 없을지 몰라도... 아무튼... 명경매明耕梅님 오래도록 이 명경헌을 지키고 사랑해 주소서...
문자 보낸지 몇시간도 안되어서... 벌써... 매화음梅花吟에 취할 그 날이 기다려 진다. 명경매明耕梅님은 언제나 오실런지... 이제야 젖망울 달리고 있으니...
2010년 3월 13일 연주회 다녀 와서 15일에 완성하다
小 鄕 - 權 大 雄 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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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daum.net/valeriano --->>사진과 음악이 안 나오면 이 곳을 눌러 명경헌 통신을 방문해 주세요.
- 위 모든 사진은 작정하고 찍은 것이 아니라 좋은 기회가 아까워 휴대폰으로 찍은 것이므로 양해 바랍니다 -
- 서교수가 나중에 주었던 화질 좋은 사진 - ( 왼쪽으로 부터 서교수 친구 부인, 서교수 제자 전장수씨, 서교수, 필자, 서교수 친구, 이택원장, 포우 선생) - 아래는 버더리 교수의 또다른 연주회의 동영상을 퍼왔습니다 -
**************************************************** 상기 동영상을 보시려면 아래 곡을 정지 시키고. 동영상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세요. Albinoni曲 Adagio, 독일 Guitarist - Bernd Steidl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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