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순례기

기획연재19 : 아내와 함께 하는 심경순례기深景巡禮記 - 순천야생차체험관 편

梅君子 2009. 3. 11. 10:18

 

 - 선비의 향취에 취했던 초춘탐매기初春探梅記 4부 -

< 기획연재19 : 아내와 함께 하는 심경순례기深景巡禮記 - 순천야생차체험관 편 >

 

 - 목 차 -

◈ 신선함이 가득차 있던 선암녹차길
◈ 순천야생차체험관 한옥군락의 단아한 아름다움이라니
◈ 일본인 해설사가 우려낸 세작에 취하다
◈ 조계산의 선암홍매가 초춘탐매길의 절정이더라

- 선암사 대웅전을 나리면서 선암녹차길을 찾았다 -

 

신선함이 가득차 있던 선암녹차길

선암사의 선암매! 곧 춘선매를 뒤로하고 나려가는 마음에 환희심만 가득하니... 여행객은 이렇듯 자신의 완성길에 순례행이 동반되어야만 신선한 자극과 각오를 다시금 새길 수가 있어서, 기실 여행이라는 고마운 길동무의 존재에 감사하는 마음이 앞선다. 나의 일생을 통해서 여행만큼 감미롭고 혹은 강열하게 정신적 충격을 주고 삶의 강한 의미를 다짐시켜 준 존재가 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행은 곧 자기성찰을 위한 순례의 길 아니던가.

 

선암사 일주문 곁에는 서두에 언급했던 순천시에서 조성한 야생차 체험관으로 가는 길의 푯말이 있어서 반가웠다. 고승선덕들이 공부를 하던 시절에 항상 곁에 함께하였다는 다구와 작설차는 그들에게 번뇌에서 벗어나 불도의 길에 이르게 된다는 오도悟道의 경지에 쉽게 접근하게 하는 일명 오도행고속티켓이나 다름 없었으리라. 그러니 승보종찰이던 조계산 계곡에 야생차가 많이 자생해서 지금도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음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 아니겠는가 말이다. 옛 기록에서 하동의 쌍계사 부근을 우리의 차시배지茶始培地로 보고 있으니 그곳에서 가까운 이곳에서 스님들이 차를 일상생활 중에 애용하고 있었음은 당연한 일이리라.

 

우리는 선암매에 취했으므로... 콧노래를 부르듯이... 흥얼거리며 마치 춤을 추듯이 취한 걸음짓을 흉내내며 신록이 움트는 초봄의 아름다운 산책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정말 일주문에서 야생차 체험관으로 가는 직통길은 너무나 아름답고 감미로웠다. 여름이 되면 녹음이 우거져 더 아름다워 보일 것이고... 가을이 되면 단이와 풍이가 화려한 단장을 하여 더욱 더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낼 것이다.

 

선암매의 감동과 함께 이곳 산책길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몽롱한 정신으로 하산을 하면서... 그만 그 아름답던 산책길을 사진으로 남기는 일도 잊고 있었으니... 이만하면 대단한 취기醉氣에 정신이 몽롱했음을 증명하는 일이라 싶다. 기실 필자는 술을 놓은지 십여년이 지나면서부터 이렇듯 좋은 뜻과 좋은 자연을 만나면 정말로 저절로 대취大醉하는 흥취를 갖출 수 있게 되었으니, 그래서 아마도... 젊어서 대취하던 술버릇을 좇아서 이렇듯 순례행을 거듭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주선酒仙의 경지에까지 다다르려 한다면 순례를 아니하고 생각만으로도 대취하여야 할 터인데... 이 생生에서 그러한 경지를 만날지에 대해서는... 지금의 나이에 비해 용맹정진할 기력이 쇠衰...했을 것이므로... 기대하기가 어려울 일이어서 다만 그게 애잔할 따름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겠다.

 

- 좌측이 야생차체험관으로 이르는 선암녹차로이다 -

- 돌무더기 주변에는 아마도 녹차를 심을 예정으로 보인다. -

-  한옥이 군락을 이룬 곳인데 천상의 세계와 다름없으리라 -

- 체험관을 둘러싸고 심어져있는 녹차밭은 세월이 지나면 명소가 될 것이다 -

 

< 순천야생차체험관 간단 소개 >

- 본의 아니게 뒷문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

 

◈ 순천야생차체험관 한옥군락의 단아한 아름다움이라니

아내는 길 주위에 심어놓은 어린 야생녹차에 흥미가 있는 듯 하였다. 길 주위에 일부러 애써 조성한 어린 차나무를 보면서 흥얼거리는 아내의 모습에서 자연은 이렇듯 정말... 편안한 자연스러움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릴 적 명작을 읽거나 명화를 보다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듯이 벅찬 감동을 느끼던 그런 신선함이라고나 할까... 그런 신선한 충격을 항상 잊지 않으며 매번 또 맞으면서 살고 싶은 소원은 그러나 지나친 억지일 것이다.

 

산책길을 돌아 체험관의 기와지붕군群을 바라보니 인간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건축물이 한옥이라고는 하지만... 조선의 기와집은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 조화의 격을 갖추고 있는지 새삼 감탄사가 흘러 나온다. 복이 있는 인연이라면 저러한 아름다운 한옥에서 여생을 누리다 갈 수도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하늘만이 아시는 일이니 기대를 가져보는 것도... 서원하는 그 자체는 무방하지 않겠는가... 싶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누정마루의 아름다움이라니... -

- 정자도 너무나 깨끗하고 단아해 보이지 않는가 -

-  찻잎과 동무하는 장군수의 정결함이라니... -

- 단청을 하지 않은 한옥의 모습을 나는 더 좋아한다 -

 

순천시에서 오랜 계획 끝에 야생차단지로 지었을 법한 한옥의 군락을 보면서... 단청도 하지 않고서 현대미학에 어울리게 잘도 지었구나 하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뭐랄까... 전통의 미는 그대로 살리면서도 기둥이나 창호 등의 모든 구성물이 훌륭한 건축미를 뽐내고 있었기 때문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던 것이다. 한옥은 단청을 하지 않고 나무색을 살려야만 더욱 백미인 것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단체손님에게 녹차의 효능과 생활에서 애용하기 위한 음용법을 강의하기 위한 강당이나... 차의 종류별로 체험할 수 있는 세작방, 대작방 등등 체계있는 컨텐츠로 이루어져 있어서 일반인들이 쉽게 차를 사랑할 수 있게 접근할 수 있는 세심한 배려가 엿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마음에 꼭 들어 흠모했던 우리의 선조들께서... 역시 격에 어울리게 녹차문화 또한 사랑했다는 옛 역사를 다시 살펴 볼 수 있었던 때문이었다. 그렇게 조성된 역사박물관은 일목요연하게 아름다운 차의 훈향을 풍기면서 다기, 다구, 다 저장법, 다 만드는 법, 다를 사랑했던 선조들의 시문... 등등을 적절하게 배합을 하여 전시하여 놓았기 때문에 비록 조그마한 전시실이었지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 방을 나오는 순간은 마치 선계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의 느낌을 갖게 해 주었다. 그 느낌 속에서 꼭 차를 한 잔 하고 싶은 마음까지 절로 우러났으니 순천시의 기획력이 참으로 돋보이는 컨텐츠라 할 만 하였고... 그런 의미에서 찬사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 녹차박물관 입구에 펼쳐진 사진 자료에서 발췌한 순천만의 고운 모습 -

- 순천은 말그대로 천혜의 자연조건을 지니고 있는 곳인가 싶다 -

- 매화 그려진 조금은 해학적인 자태라니... -

- 사군자청화백자 -

뉘라서 참다운 茶맛을 알리오

달콤한 잎 우박과 싸우고 삼동에도

청정한 흰꽃은 서리를 맞아도

늦가을 경치를 빛나게 하나니

선경에 사는 신선의 살빛같이

또 깨끗하고 연무나무 단몸같이

향기롭고 아름다워라

- 초의선사 -

- 차와 다기들의 전시행열이 시작되었다 -

- 야생차 담그는 법과 야생차를 사랑했던 선열들의 열전이 펼쳐졌다 -

- 차를 간직하는 법도 온갖 정성을 기울여야 함을 알겠다 -

 

◈ 녹차를 사랑했던 인물열전

야생차박물관에는 초의선사를 비롯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차를 사랑하고 애음愛飮했던 많은 분들의 아름다운 내력기가 적혀 있어서 그 글만 읽어도 절로 녹차향에 취하는 듯 하였다. 오늘은 웬일이람. 하루종일 매향에 취하더니 이제 다향까지 기운을 더하니... 정녕 축복받은 날이로구나.

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옥과보다 좋은 신선한 차 보내 왔네.

맑은 향기는 한식 전에 따서 그런가

고운 빛깔은 숲속의 이슬을 품었네.

돌솥에 물 끓는 소리 솔바람 소리인 양

자기 잔에 도는 무늬 꽃망울을 토한다.

       이 제현 작시(고려시대)

우선 신라의 원효대사와 고려조의 원감국사, 이제현, 이규보 선생 등의 글과 내력이 적혀 있으며, 다산 정약용, 초의선사, 한재 이목 선생, 추사 김정희 선생 등이 명다선名茶仙의 경지에 오른 분들로 열거되고 있었다. 사실 필자도 결혼 초에 쌍계사에 계시던 스님께서 꾸준히 녹차를 보내주셨는데... 그 때는 우리나라에 녹차가 생활화 되어 있지 않던 터라... 그 귀한 차의 맛을 무심하게 대했는데, 절친했던 미국인 교수는 아주 감명하면서 마시곤하던 기억이 떠 오른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곳곳을 방문하면서 그들의 일상생활에 차문화가 얼마나 깊이 뿌리박고 있는지... 그리고 인도인과 중동인, 영국인, 미국인의 가정에서 느끼던 홍차문화에 대한 아름다운 다법茶法 등을 떠 올리려니... 필시 늦은 감은 잊지만 우리네 가정에도 다문화가 다시 복원되고 있음은 퍽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목마르면 다구 차려 스스로 다렸을 원감국사의 여유로움이 부럽고녀 -

- 다산이라 이름한 정약용 선생-

- 한재 이목이라는 분도 알게 되었구나-

-  초의선사야 이를 말이 있겠는가 -

푸른 돌 평평히 갈아 붉은 글자 새겼으니

차 끓이는 조그만 부뚜막 초당 앞에 있구나

짐승 귀 같은 굴뚝에 가는 연기 피어나네

솔방울 주어다 숯 새로 갈고

매화꽃잎 걷어내고 샘물 떠다 더 붓네

차 많이 마셔 정기에 침해됨을 끝내 경계하여

앞으로는 단로丹爐를 만들어

신선되기를 배워야겠네

 

- 이규보선생과 추사 김정희가 열전에서 드러난다 -

- 원효대사 시절에도 신라에 차가 있었구나... -

- 이제현 선생은 오늘 새롭게 뵙는구나 -

- 단체객이 들면 이곳 강당에서 시연을 한단다 -

- 장군수와 누정이 초봄에 너무나 조화롭다 -

- 내 언젠가 이곳을 다시 오면 그대를 찾으리라 -

- 약으로 여겼을 선생의 혜안이라니. -

 

◈ 일본인 해설사가 우려낸 세작에 취하다

우리는 역사박물관의 이런저런 다문화에 관한 내용들을 모두 섭렵하고서 마치 우등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을 가지고 전통차체험실로 향했다. 필자가 극찬한 누정이 있는 한옥의 사진에서 살펴 볼 수 있듯이 ㄱ자로 지은 한옥의 중앙에  누정을 둔 방식으로 지은 전통한옥의 모습이었는데... 그 중앙의 다실茶室에서 전통차를 대접받게 되었으니 왕후장상이 부러울리 없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었다.

 

마른 창자는 술만 안 마시면 나쁜 기운이 차려하고

나이든 눈은 책을 보려면 안개가 낀 듯하네

누가 두가지 병을 자취없이 낫게 하였는가

나는 평소부터 한가지 약을 얻어올 곳이 있다네

동암은 옛날 녹야에서 노닐었고

혜감스님은 조계의 법주가 되었네

좋은 차 보내면서 안부를 물을 때면

기나긴 시로 보답하여 깊이 흠모하였네

두 분 풍류는 유, 불에서 뛰어났건만

백년의 생사가 아침 저녁같구나

- 이제현 -

 

이제현 선생의 시에서 살펴 볼 수 있듯이 좋은 차는 백약 중에서도 으뜸으로 좋았기 때문에 선비와 승려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조계의 법주가 된 혜감스님이 좋은 차를 보낸다 함은 이곳 조계산이 녹차생산의 중추에 있었음을 말함이 아니겠는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다실로 들어서서 좌정하여 둘러 보니 온갖 십군자의 선화仙畵가 분위기를 더욱 풍요롭게 하여 주고 있었으며... 아무튼 오늘의 팽주烹主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온지 30여년이 넘었다는 일본인 해설사인 아쯔꼬라는 분이셨는데... 그 분의 잔잔하고 약간은 어눌한 한국어 속에서 일본과 한국의 다문화가 믹스된 다향茶香을 음미할 수 있었으니 실로 행운의 날이라 할 수 있었다.

 

아쯔꼬씨의 이야기대로라면 30여년 전의 일본에서도 그렇게 말차가 많이 보급되지는 않았던 듯 하고, 일본의 일부 의식있는 이들만이 다문화를 육성발전시켜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오늘날의 한국이 그러하듯이... 경제적인 풍요가 먼저 이루어져야... 여유있게 다양한 분야의 먹걸이에 대해서 시각을 돌리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일본의 말차문화같은 것은 우리가 꼭 배워야 할 덕목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쪽에서 더 발달한 문화가 되었고 그것이 꼭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면 받아들여야 할 일 아니겠는가 말이다. 지역적으로 우리가 먼저 다문화를 들여왔고 후에 일본에 전파되었을 것이지만... 그러나 일본은 서양인들이 흠모하는 도자기 기술에 대해서 일찍부터 지역적인 이로움으로 눈을 뜨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은 도자기전쟁이라고 해야 할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일본의 막부들은 서양의 저급한 도자기 제조 기술을 눈치채고 조선의 도공들을 잡아다가 대량으로 도자기(Chinaware)를 만들어 서양에 내다 팔았던 것이다.

특히나 차를 마시던 다완은 과거 조선 초기에 보성에서 만들어져 일본으로 건너가, 다완(찻사발)과 주기酒器 등의 분야에서, 오늘날까지 고미술품애호가들과 차인들에게 대단한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보성덤벙이(일본명 보성분인寶城粉引, 일본음讀音 호조고비끼)가 현재도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어서, 그 재현에 대한 필요성을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필자가 알기에 '호조고비끼'라는 우리의 막사발이자 그들의 국보인 분청사기의 주산지는 보성이 아니라 고흥의 운대 분청자도요지라는 심증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도 일본인 역사학자나 도예가들이 그곳을 방문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 까닭이다.

필자는 10여년 전에만 해도 그곳을 파헤치던 불법도굴꾼들의 행각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생각해 보라!

청자에서 백자로... 다시 분청자로 발달하는 우리의 도예기술은 마침내 불멸의 명기인 호조고비끼(보성덤벙이)를 탄생시키게 되었으니... 그냥 덤벙덤벙 유약을 바르는 것 같지만 세계최고의 명기로 대접받던 그 분청자의 제조 기술이 현대 일본에서 극찬하는 국보로 대접받게 되었으니... 가히 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는 덤벙이 기법에 의해 탄생된 도자기를  우리는 막사발이라 가볍게 부르며 밥이나 국을 담아 사용할 정도로 일상에서 흔했는데... 이를 본 일본은 국력의 모든 것을 기울여서라도 그 비법의 도자기 기술을 빼앗아 가려고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렇게 잡혀간 수많은 이조의 도공들에 의해 재현된 도자기들을 서양에 수출하여 그들은 결국 엄청난 부를 이루게 된 것이다. 그것이 일본 막부가 실존을 유지할 수 있는 엄연한 정치자본이었던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서양은 동양의 아름다운 자기 기술의 핵심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니... 만일 그때에 지정학적으로 우리가 먼저 서양문물과 교역을 텄더라면, 우리가 먼저 우수한 서양의 총기 기술을 배워 왔을 것이며... 반대로 우수한 우리의 도자기 제조기술로 상대적인 부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쯤은 오늘의 일본이 그러한 것처럼 세계열강의 축에 들어가 위용을 과시하고 있을 터인데... 자못 그러한 국제적인 시류를 읽지 못하고 임진왜란으로 당했던 조선의 과거가 시리고 아플 뿐이다. 지금도 100년 후를 대비하는 마음으로 세계최강이라는 IT기술 등을 계승 발전시켜 후손들의 대代에서는 제발 큰 소리치는 열강의 지위를 누리기를 서원해 본다. 제발 그렇게 되어지이다...

 

아무튼 필자는 도쿄 우에노에 있는 일본국립박물관에서 전통적인 다실의 표본을 배우고 감탄했으며... 그 말차의 향기에도 흠뻑 취했었으며... 중국 북경의 이화원에서 맛 보았던 보이차의 향취 등을 기억하면서도... 필자의 지인인 수북 학구당의 전통차맛이나 쌍계사의 스님이 보내주시던 차맛을 또한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몰라서 그렇지! 조선의 차문화는 세계 최고의 경지를 달리지 않았던가 말이다. 전남 지역에만 200여곳이 넘는 야생차밭이 오늘날에도 보고되고 있음을 왜 우리는 등한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가위는 바로 조상들을 흠모하며 조상들에게 차례茶禮 또는 다례茶禮를 올리던 풍습을 말함이었는데... 깊이 따지고 들어가 사라져가는 우리의 것을 다시 복원하려는 시도가 우리 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으며, 역사 앞에 떳떳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이 아름다운 노력이 이어져 나가야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 다담실에 들어 서니 온갖 선화가 펼쳐진다 -

- 매란국죽을 쳐 놓은 창호의 여유로움을 보아라 -

- 조선국화를 그대는 어떤 눈으로 바라 보았는가  -

- 두 창살에 이어서 키우는 조선춘란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아라 -

- 찻주전자에 들어 앉을 여유로움이여 -

- 다행히 선녀들의 다담선에 끼이게 되어 무척이나 좋더구나-

- 노오랑 패랭이가 물 위에 떠 있다 -

- 선암홍매가 나에게 선물한 여유로움 아니겠는가 -

- 일본인 해설사 아쯔꼬씨가 열강중이다 -

- 한국에 온지 30여년이 넘었다는 한국인 아쯔꼬 -

- 그대! 여심 속에 이미 들어 앉은 삶의 여유를 보아라  -

- 누정 아래에서 몽마夢馬가 어서 가자며 기다린단다 -

벗이여 차를 따르게

차는 반만 채우고

반은 그대의 정을 채우게

나는 그대의 정과 차를

함께 마시리

- 그러나... 내려가야만 하리라 -

-  이제 천상의 세계에서 강선하기로 한다 -

-  이곳에서 마신 세작으로 인해 취기가 오르는구나 -

- 누구의 부도인지 죽어서도 일을 시키는구나 -

- 잘 있거라... 선암매여... -

 

◈ 조계산의 선암홍매가 초춘탐매길의 절정이더라

아쯔꼬씨와의 다담茶談을 아쉽게 마무리하며 헤어지는 마당에 필자는 품안에 두었던 선암매에서 떨어진 매화몽울 세점을 선물로 그 분에게 주었다. 아쯔꼬씨는 대번에 선암홍매를 알아보며 참으로 귀한 선물이라고 아기처럼 좋아하였으니... 참으로 그 낭만적인 아름다운 격이라니... 우리는 이렇듯 일상에서 너무 작위적이지 않게 위트를 지어내면서 즐거운 삶을 꾸려나갈 수도 있지 않겠는가 잠시 생각을 해 본다. 모두가 한생각 마음먹기에 달린 일 아니겠는가.

행,불행이 모두 한통속으로 마음그릇에 담겨져 있으니, 마음그릇에서  무엇을 꺼내던지 그것은 그대의 자율에 맡긴다, 그러나 만일 매화몽울을 꺼내 들고 참으로 귀한 선물이라는 의미를 주었을 때... 그 마음자락을 귀하게 여기고 기쁘게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필자가 선물한 평화의 메시지가 당신에게 건너가게 되는 것이 된다. 그것은 평화의 메시지이자 행복의 메시지일지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부디 필자가 꺼내 선물하는 세 점의 매화몽울을 기쁘게 받아 가시기 바란다.

엣따! 여기 있오!

받아 가시오!

 

초춘탐매곡 初春耽梅曲

                       - 小 鄕 -

꽃샘추위에 춘설 나리고

춘설 녹기 전에 몽울 터지며

코발트빛 화폭에 매화 피어나니

오호라! 전생의 너였구나

 

 

매향에 취해 참 기쁨을 얻고 싶은 자여...

 

그대 조계산을 한번 순례해 보거라.

 

세송이 꽃몽울의 의미를 알겠거든...

 

그대 매향梅香에서 선비를 건저 가는 셈이 되니...

 

기쁘다!

 

- 3월의 어느 멋진 날에 오매불망 그리던 님의 향취에 취하다 -

 

2009년 3월 6일

小 鄕   權  大  雄  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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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글은 이곳 카페에 더 있습니다.

http://cafe.daum.net/valeriano

P.S: 배경음악은 Beethoven의 Spring Sonata "4악장"

 

- 2009년 3월 11일 완성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