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경, 죄수들을 태운 배 한척이 어디론가로 향해 간다. 그 배에는 일명 빠삐용 앙리가 타고 있다. '빠삐용'은 그의 가슴에 새겨진 나비 문신을 뜻하는데, 사실 그는 억울한 누명으로 살인죄를 뒤집어 썼다. 빠삐용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묵살되고, 종신형 선고를 받아 이 배에 태워진 것이다. 배 안에서는 살인과 폭력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그런 위기에서 그는 위조 지폐범 드가를 구해준다.
드가는 많은 지폐를 자신의 항문 속에 감추고 있는 부자지만, 그 때문에 다른 죄수들의 표적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둘이 친해지자, 빠삐용은 그에게 자신이 탈주할 의지가 있음을 알린다. 즉 빠삐용은 드가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대신에, 감옥에 도착한 후에는 사례로 돈을 받기로 한다. 감옥에 도착한 이들은 정글 속에서 중노동으로 혹사당한다. 위기일발에 처한 드가를 구해준 빠삐용은 탈출 계획을 세워 1차 탈옥을 시도한다. 하지만 곧 체포되고, 빠삐용과 드가는 2년 동안 비인간적인 지하감옥에 격리 수용되지만 자유를 향한 갈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윽고 구체적인 탈옥 계획을 세운 이들은 다시 실행에 옮긴다. 잠시 탈옥에 성공하여 콜롬비아로 빠져나갔지만, 이번에는 수녀장의 밀고로 잡혀 실패한다.
또 다시 격리 수용되어 빠삐용과 드가는 고통스런 독방 생활 5년을 보낸다. 본래 빠삐용은 무죄인데, 자신을 누명씌운 검사에게 복수하려는 일념에 불타고 있다. 하지만 그후로도 계속되는 탈옥 시도가 매번 실패하고, 죄수들은 열악하고 야만적인 감옥 생활에서 하나둘씩 죽어간다. 그래도 빠삐용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백발이 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상 최악의 감옥이라는 '악마의 섬'이다. 거센 파도는 끊임없이 섬 쪽으로 몰려오기 때문에 파도를 빠져나갈 수 없고, 게다가 섬 주위에 상어떼들이 득실대는 섬이다. 이 섬에서 빠삐용은 마찬가지로 늙어버린 드가를 다시 만난다. 끔찍한 환경 속에서도 빠삐용은 다시 탈옥 계획을 세우지만, 이제 드가는 탈옥의 꿈을 함께 하지 못한다. 그래도 인간의 자유라는 본능에 충실한 빠삐용은 벼랑 위에서 바다 속으로 뛰어든다. 야자열매만이 섬 밖으로 밀려나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열매로 만든 구명대를 던지고 탈옥에 성공하는 것이다.
*
살다가 약간의 돈만 (뜨이거나) 손해를 보아도 울화병이 생겨서 못견뎌하는 경우가 있는데, 하지도 않은 살인의 죄를 몽땅 뒤집어쓰고감방에 가려니 그 얼마나 분통이 터질까?
그러나, 아무도 자신의 결백을 믿지 않는 가운데 기구한 운명은죄 없는 그를 지구 반대편의 머나먼 이국 타향으로 유배를 보낸다그러니 그 누구보다도 자유를 향한 의지가 더욱 강했는지 모르겠고 또 그래서 그 강한 의지는 더욱 더 (불가능해 보이는)탈출을 감행하게 했나 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물론 실화이다. 1906년에 마을 학교 교장의 아들로 남부 프랑스에서 태어난 “앙리 샤르에르”(“Henry Charriere“) (1973년, Madrid 에서 사망) 는 “Venezuela“에서 처음 출간된 자전적인 소설 “Papillon“을 통해 자기가 젊은 시절에 겪은 기구한 삶을 온 세상에 공개하였는데 이 영화는 바로 이 책을 그대로 각색하여 제작이 되었다. 해군에서 복무를 마친 후 파리로 올라간 “앙리”는 잠시 건달 세계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몸에 있는 나비문신 때문에, 그때부터 별명으로 “빠삐용”이라 불리게 된다. 그는 25세 때 체포가 되어 무기 징역형을 선고받고 당시 프랑스 령 인 “Guiana“ 로 유배되게 되는 것인데 한마디로 재수가 없어도 보통 재수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재수나 운명을 믿지 않는 그는 인간이 인간을 가둘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조건(악마의 섬)도 극복하고 13년 동안 무려 10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된다. 그리고 그는 “Venezuela“에서 여생을 보내다 이 영화를 보고난 직후 스페인에서 病死 하였다.
고집도 보통 황소고집 이 아니다. 탈출에 한번 실패 할 때 마다 처벌이 가중되고 또 그 처벌의 수위가 보통 사람들은 매우 견디기 힘든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무려 10번이나 탈출을 시도 했다는 것은 집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무모라고 표현 할 수 도 있겠다. 원작 소설에는 세세히 묘사되어 있지만, 왠만한 사람들은 자연적인 체력소모로 죽을 수밖에 없는 (빛도 못 보는) 극한 상황의 독방 구금에서도 그는 가능한 한 체력을 강하게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였다고 한다. 심지어 바퀴벌레를 비롯한 온갖 벌레들도(쥐를 잡아먹는 것은 오히려 큰 행운이라고 했다.)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이를 악물고 다 먹었고 운동까지도 열심히 하였다니 그는 분명 보통사람은 아니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 이 원작 소설은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한번 책을 붙들면 밤을 새우더라도 그 책을 놓기가 힘든 이유는 계속되는 탈출의 결과도 궁금했겠지만 소설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는 논픽션 적인 긴박감이 책을 더 붙들게 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본 애독자들 중에는 실망을 하였다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는데 그건 아마 독자들 마음대로 장소와 배경들을 상상하면서 볼 수 있는 책의 특성과 그 반대로 세세한 이야기는 생략이 되고 또 한정된 장면만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영화의 특성 차이가 아닌가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평은 원작 소설만큼 매우 잘 만든 영화라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화야 말로 이 "앙리" 의 이야기를 더욱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또 (프랑스의)사법부도 일종의 반성을 하였다고 한다.(이후 제도 개혁을 함)
탈출영화의 고전 중에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대 탈출(The Great Escape/1963)에서 "Virgil" 대위로 출연하여 모터사이클 묘기까지 보여준바 있는 "Steve Mcqueen"(1930-1980, 미국) 이 다시 탈출의 화신 역할을 맡았는데 참 잘된 캐스팅인 것 같고 그 역시 생전의 27편, 출연작가운데에서 가장 심도 깊은 연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악마의 섬에서의 노인 같은 분장(실제로 하도 못 먹어서 겨우 40밖에 않되었는데도 그렇게, 조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과 그 연기는 참으로 인상적 이다. 또한 동료였던 " Louis Dega" 역의 " Dustin Hoffman"(1937, 미국 LA) 역시 이 영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하였다고 하는데 두꺼운 졸보기안경이 하도 어지러워 별도의 콘택트렌즈 까지 낄 수밖에 없는 고생도 하였다고 한다. 여하튼 이 두 사람의 이런 대단한 연기가 이 영화를 더욱 사실적인 것처럼 만든 것은 분명하다.
이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이 영화의 주제곡으로 알려진 "Free As The Wind" 가 "Andy Williams"와 “Englebert Humperdinck"목소리 (아래노래) 로 매우 많이 방송이 되었는데 원래 영화에서는 가사가 있는 노래는 나오지 않으니 이 영화의 개봉 이후에 제 2의 창작을 한 셈 이 되었다. 약 60년 경력의 "할리우드"음악 의 백전노장(200여곡 이상 작곡) "Jerry Goldsmith"(1929-2004, 미국 CA) 가 이 Main Theme을 비롯해 전체 Original Score를 만들었는데 주로 현악기와 아코디온 을 중심으로 빠른 템포로 연주할 때 는 희망에 차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느린 템포에서는 그의 한이 맺혀 있는 것 같이 슬프게도 들린다. 그리고 누가 이런 "바람처럼 자유롭게"라는 기가 막히게 멋진 제목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정말 제목에서부터 이 "앙리"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은데.
"어제의 세계는 내 마음 에 흐르는 강물같이 덧없는 꿈인가?
햇살아래 반짝이는 저 나비의 날개 짓은 내가 봤어야만 했던 것들을 알려 주네 " 라고 시작되는 그 숙연한 가사는 마치 한편의 서사시와도 같다. (아래 원어 가사 참고)
Spain 과 Jamaica에서 전체촬영을 하였으나 현실감을 주기 위해 몇몇 장면은("악마의 섬" 포함)은 실제 "Guiana"의 "St. Laurent Du Maroni" 라는 곳 ("앙리"가 잠시 있었던 곳)에서 찍었다고 하는데 (Ending Credits 에서 바로 그곳의 허물어져 가는 감옥의 실제 모습이 스산하게 보여 진다.) 그 아름다운 바닷가의 경치 속에 이런 비참하고 기구한 사연이 담겨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다. 그리고 말굽형의 바닷가에 촛대바위 옆의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마지막 장면(아래 동영상)은 이 영화의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는데“Hey bastards, I'm still here......"라는 그 명대사도 인상적이지만, 이 장면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예고편에서는 다음과 같이 의미심장한 말이 나온다.
"Survival was not Enough, He had to be Free...."
결국, 자유가 없는 생존만으로는 부족하였던 이 "앙리"는 끝내 고국으로는 돌아가지못하고 여생을 남미(베네주엘라)에서 보내게 된다.(이곳에서 결혼도 하였었다.) 이 영화의 끝 장면을 보면서 나라면 이 "앙리"와 "루이"의 결정 중에 과연 어느 결정을 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또 감수하는 모험과 이젠 탈출에도 지쳐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결정. 물론 어느 쪽이 옳다고 판단하기 힘들겠지만 여하튼 남은 생애의 결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살면서 해야 하는 수많은 결정들을 실수 없이 잘 할 수 있게 되길 또 한편으로 바라게 된다.
대작을 만들면서도 멜로물같이 그 세세한 부분들을 잘 묘사하기로(특히 심리 묘사) 유명한 "Franklin J. Schaffner"(1920-1989, 미국)감독역시 이 작품 연출에 대만족하였다고 하는데 전작들인 역사물들, "Patton"(1970) 과 "Nicholas and Alexandra"(1971) 하고는 분위기가 아주 다른 스타일로 만든 것은 확실하다. 인생이 때로는 지루해질 때 이 영화를 가끔 한번씩 보고 나면 이렇게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가를 다시 각성 할 수 있어서 좋다.
"Free As The Wind" 의 노래와 가사:
Yesterday's world is a dream like a river that runs through my mind Made of fields and the white pebbled stream that I knew as a child/ Butterfly wings in the sun taught me all that I needed to see For they sang sang to my heart oh look at me look at me Free as the wind free as the wind that is the way you should be.
Love was the dream of my life And I gave it the best I knew how So it always brings tears to my eyes when I think of it now Gone like the butterfly days And the boy that I once used to be But my heart still hears a voice Telling me look , look and you will see
There's no regret that I feel For the bitter sweet taste of it all If you love there's a chance you may fly If you fall, well you fall/ Rather the butterfly life To have lived for a day and been free For my heart still hears a voice Telling me look and you will s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