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향일기 小鄕日記
권대웅 선생님을 기억한다
梅君子
2006. 12. 28. 10:53
권대웅 선생님을 기억한다
|
우연히 내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내 아픈 곳을 따끔하게 지적해 주신 마음이 부끄러우면서 고맙다. 선생님의 고마움을 간직하고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도록 여기에 추려 옮긴다....
권대웅 선생님께서 금년 한 해, 베풀어 주신 친절에 참으로 감사합니다. 여러 분야에 걸친 해박하신 지식과 탐구하는 정열에 고개 숙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개척하시면서 생활의 반경을 넓게 사시는 모습과 사모님과 늘 함께 하시는 것으로 보여서 이 시대의 모범 인생을 경영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종종 제 홈피에도 좋은 글과 사진을 올려 주시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으니 제가 어찌 이 감사함을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부디 새해에도 선생님 부부와 가정에 만복이 충만하고 뜻하시는 모든 일을 즐겁게 이루시기 기원합니다.
사진 을 보며 동심과 제 중학교 시절 쯤으로 시간여행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
선생님은 항상 자신을 낮추시지만 선생님의 글 솜씨는 이씨 집안 내력(?)인 것 같습니다. 항상 낮은 자세로 새로운 각도에서 해석하시는 혜안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입니다. 우리 년배도 하기 힘든 역발상의 해학이라고나 할까요? 하기야 입사 때부터 선생님의 재능은 실력 발휘를 한 것 같습니다만... 누구나 자기만의 소설이 있지만 가감 없이 그 소설을 세상에 남기고자 하는 선생님의 용단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제는 조금씩 초조해 지기 시작하는 마음을 달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장년과 노년을 이렇게 시작해서는 아니 되는데...’하는 회한입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그것도 부질 없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처럼 자신의 인생의 어떤 부분까지는 인정을 해 버리고 소설로 만들어 버린다면 살아온 인생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고 큰 미련도 없을 듯 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마음을 놓기에는 習과 願이 반대를 합니다.
모범이 되는 삶에 정답은 없다고 봅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살아 오시고 준비하시는 그 미래를 조금 엿보면서 삶의 좌표를 살짝 수정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허망하게 이미 알아 버린 인생 중에서도 着이라는 명제에 얽매이는 愚를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많은 회원들의 師表가 되셨으니 책임이 무거우신 겁니다. 많은 분들이 회원 가입을 하고서 선생님의 남은 마무리 그림 실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하셔야만 합니다. 그러한 공인의 길을 싫든 좋든 선생님은 이제 가셔야 하는 겁니다. 어차피 인터넷에 자서전을 올려 놓으실 때에 책임 의식은 이미 시작하셨을 겁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남은 마무리 휘날레를 잘 하시기 위해서 약주를 조금 줄이시면 어떻겠습니까?
저도 술을 어찌나 좋아했던지... 술을 이겨 보겠다고 젊은 시절에는 면벽 대신 곡기를 끊고 계속해서 술만 먹고 산 적도 있습니다. 오머 하이얌의 루바이야트라는 시집에 보면 술을 담는 토기 주전자를 흙으로 만든 사람에 비유하는 대목이 가끔 나옵니다. 손 떨린 도공이 만든 못 생긴 주전자라 손님 상에 잘 팔려 나가지 않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대목도 나옵니다. 그리고 손 떨리는 도공이 흙으로 빚은 주전자를 작품이 아니라고 깨 버리듯이 --- 조물주가 흙으로 잘못 만든 인간을 破해 버리는 아이러니칼한 비유가 곧잘 나옵니다. 손 떨리는 술 취한 도공... 그러한 도공의 모습은 아무래도 공인의 입장과는 다를 것입니다.
술을 좋아하던 당시에는 친구들이 술을 끊으라 하면... 남의 자아에 간섭한다고 참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곡차를 잘 이기시고 잘 다스리시는 것 같아 제가 감히 말씀 드릴 계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줄이시는게 어떻겠습니까? 나이 드실 수록 情이 떠나 가는 일에 대해서 자꾸 마음이 약해지고 민감해 져서 기력을 손해 보게 만드는 분들을 저는 종종 보아 왔습니다. 거기에는 술에 습관이 들어서 자꾸만 약해지는 자신의 건강도 한 몫 거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인의 입장에서,
따르는 後人들에게 앞으로도 좋은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좀 직선적인 면이 있어서 그 허물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속에 맺혀있는 그 뜻만을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2007년 정해년은 사모님과 더불어,
더욱 건강하고 활기찬 인생을 열어 가시기를 기원드리면서…
총총
***
[이선우] 권 대웅 선생님께서 올려 주신 코멘트를 보고 나서 저는 당황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할 일이 몇 개가 있어서 이일 저일 치루면서도 선생님의 글귀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선생님이 선생님께 쓰신 글이라 결론 짖습니다. 얼핏얼핏 선생님의 글을 여기저기서 보면서 대단한 정력과 남과 다른 시선으로 개척적인 정신으로 인생을 일구어 가시는 것을 보고 선생님이야말로 이 시대의 師表 이시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제 홈페이지에서 밝히는 것은 그것이 뽐낼 자랑거리이어서가 아니라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이렇게 살아온 사람도 있다는 것을 제 자식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도 한편 부끄러운 얘기입니다. 어디 저만한 사연 없이 살아온 사람이 있겠습니까?
교훈은 모범적인 삶에서 얻는 것이겠지만 실패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삶에서 反面敎師 식의 도움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런 점에서 제 보잘 것 없는 인생이 저리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경각심을 줄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이룬 것은 없지만, 이제 소싯적에 세웠던 목표들 대부분을 이루었습니다. 물론 산 정상에 올라선 행복감이 있습니다. 그런대 예상하지 못했던 그만큼의 허탈과 공허한 마음도 있군요. 이제 남은 시간을 무엇으로 메울 것인지 아직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것 까지는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어서 빨리 시간이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고 나머지 시간에서 내가 할 또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잡히지 않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소설가 선생님에 대한 공부나 하면서 좋아하는 술이나 실컷 마시면서....
선생님이 까마득히 잊고 있던 오머 하이얌을 일깨워 주시는 군요. 지난번 책 버릴 때 없앴는지, 오늘 주문했습니다. 그분의 루바이얏트는 일견 쾌락주의의 환상을 노래한 듯 보이지만 그분이 철학자이면서 수학자이기도 했던 이력을 생각하면 세상을 한 계단 높이 올라선 경지를 생각하게도 합니다.
지난 얘기를 쓴다는 것은 선생님의 말씀처럼 小說입니다. 오늘의 눈으로, 지금의 가치관으로 옛날을 회상하는 것은 일종의 픽션이겠지요. 아무리 솔직해지려 해도 은연중 자기변명이나 합리화와 자기미화의 본능을 감춘다는 것은 범인에게는 어렵습니다.
소설적 自傳 이야기가 주위에 줄 수 있는 영향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선생님의 말씀처럼 그런 것들이 公人으로 나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쓸 때의 가치가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해석할지도 생각해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남긴 제 자전적 얘기들이 앞으로 제가 어떻게 사느냐하는 데에 구속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가 어떠했던 것과 앞으로 내 삶이 그대로 연관 지어질 것인지 저도 예측되지 않습니다. 타인으로부터 욕먹을 가봐 망설이며 포기하지 않고 살아온 탓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염려해주시는 몇 가지의 진심어린 충고는 풀어내야할 公案 마냥 저를 각성케 합니다. 옷깃을 여미게 만들어준 선생님의 애정 어린 충언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것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때때로 자신을 쉽게 망각하는 제게는 소중한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따로 옮겨 놓고 가끔 읽으며 생각하겠습니다.
그러나 師表나 公人이 아니라는 것은 강조해서 밝히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