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향일기 小鄕日記

늙어 가매 벗들과 오손도손 살리라

梅君子 2012. 1. 24. 21:26

 

 

 

 늙어 가매 벗들과 오손도손 살리라

 

 

 

 

                                                                 장 소 : 불당골 명경헌 

                                                                      

                                                                         일 시 : 2012년 1월 24일(화)

 

 

 

 

 

 - 아침에 눈이 가득 내렸으니, 손님들 어제 오시기를 참 잘했다 싶다 -

 

 

 

 

구정 다음 날인데 전대병원 김교수한테서 전화가 왔다.

 

식구들하고 바람 좀 쐬러 나가려는데,

 

애들한테 명경헌의 정취를 교육상 꼭 보여주고 싶댄다.

 

즈그 별채는 환산정의 명승에 쌓여있는, 더 좋은 곳에 있으면서 말이다.

 

한두번 사양을 드리다가, 반가운 친구인데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될 수 있으면 지인들도 좀 멀리하고 안식년을 지키면서 자기 성찰을 해보고 싶지만,

 

꼭 오고 싶다는 분들을 마다할 수는 없다.

 

그리고 김교수는 우리 장모님 뇌수술을 집도했던 고마운 분, 아니시던가.

 

"우리 애들에게 자네같이 훌륭한 친구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김교수의 말씀이 자꾸만 뇌리에 박힌다.

 

신경외과의 거두이신지라, 정맥을 짚어 필자를 고뇌에 차게 한다.

 

무언가, 세상에 부끄럽지 않게 참 멋!을 남기고 가기 위해 정말 정진해야 하리라......

 

  

 

 

- 유붕有朋이 자원自願 방래한다니, 페치카를 화기충만火氣充滿 시키기로 했다 -

 

- 이 페치카는 불이 이글거리는 맛이, 한없이 끌어 들게 하는 아취가 있다 -

 

- 김교수 부부와 의사 자녀들이 함께 했다 -

 

 

 

 

그래, 김교수 온대니, 꾀를 내기로 했다.

 

손님 올 때, 손님을 더 받기로(?) 한 것이다.

 

평소 방문 시간을 조율하던 전남대 이용환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할 일 없으면 핑계대고 날 잡는다고, 김혁정 교수하고 오늘 방문하시면 어떻겠나?"

 

 물론 오케이 해주시니 다행이다.

 

방문하려고 하던 다른 지인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평소 오고싶다는 문자가 세번은 와야만,

 

 한번은 초청의 기회가 돌아가니, 그리 이해들 해 주시길...... ㅎ

 

별 볼일 없는 명경헌이지만, 수행자의 각오를 해량해 주시길 다시금 부탁 드려 본다.

 

사실 지난 여름 이후 처음으로, 그러니까 약 130일만에 명경헌의 빗장이 풀린 것이다.

 

 

 

 

 - 김화백은 좌중을 압도하는 천진함이 깃든 분이다 -

 

 - 지난 여름 이후로 모처럼의 방문객들이시다 -

 

- 오늘은 중동에서 자주 마신 영국식 Ceylon Tea를 대접하려고 세팅했다 -

 

- 영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Akbar Ceylon Tea는 고고한 맛이 감도는 후발효 홍차이다 -

 

 

 

 

작년 늦여름에 방문했을 당시, 김교수에게 대접 못해 드렸던 홍차 중의 홍차인 실론티를 준비했다.

 

홍차는 녹차와 같은 종류이면서도 후발효차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더욱더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영국에서는 매일 다섯번은 홍차를 들어야 지식인으로 대접받을 정도이고,

 

특히 중동지방에서는 설탕을 진하게 넣어 그 풍취를 더하게 해주는 맛이 일품임을

 

필자는 젊은 시절, 세계를 유랑하면서 체험했다.

 

 

 

예로부터 차를 사랑하는 민족은 흥興한다고 했다.

 

영국이 그렇고 중국, 일본이 그러하지 않던가.

 

중국 북경의 이화원에서, 일본의 국립박물관에서 차를 마시던 기억이 새롭다.

 

차례茶禮의 민족이었던 우리도,

 

다茶문화가 부활하면서 국력이 강해지고 있는 요즘의 현상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 싶다.

 

모쪼록, 차茶를 사랑하는 민족으로 거듭 나아가기를 바래 본다.

 

 

 

 

- 가운데 섬이 환산정, 김교수 별채는 그 앞 쪽 부근 -

 

 

 

김재휴 교수는 정말로 자연을 사랑하는 분이시다.

 

서암적벽의 환산정을 사랑해서, 몸소 틈이 나면 들려서 가끔 청소도 해 준단다.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좀 더 이쁜 모습을 보이게 해 주려고 말이다.

 

오로지 자기 별채가 그 앞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애정을 주기가 어찌 쉬운 일인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그 분 인품에 존경을 드린다.

 

김교수 부인은 필자와 동성동본이라 또한 친근하기가 은근하다.

 

우리 권가權家는 친족 수가 적어서 그런지, 어디에서 만나도 서로 간에 따뜻하다.

 

자녀사랑하기에 모범을 보이던 부부신지라, 그 자녀들 또한 의사로써 당당하게 성장했으리라.

 

 

 

 

 - 저, 무로향실에서 차대접을 못해 아쉽다 -

 

 - 항상 동안이신 교육철학계의 석학! 이용환 교수 -

 

 

 

 

미국에서 공부를 오래하고 돌아와 후학들 가르치느라 반평생을 보낸 이교수.

 

학창시절부터 항상 단정하던 기품은 지금도 여전하다.

 

동안童顔의 맑은 성품이 깃든 철학가.

 

음악 사랑하기가 필자 못지 않으니, 어찌 감동하지 않으랴.

 

우리가 동영상으로 감상했던 Eagles의 Milllion Seller <Hotel California>의 발매시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필자에게 검색해 보았다고, 저녁에 전화를 주었다.

 

1976년에 발매를 해서 전세계 최고의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다고......

 

학문하는 이들은 그렇듯 항상 철저히 검증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더할 수만 있다면 자기 검증도 그렇게 철저히 해야 한다.

 

어찌 쉽게, 이 한평생을 헛되이 흥텅망텅 보내려 하는가 말이다.

 

 

 

 

 - 파리에서 10여년을 보냈던 참 그림쟁이 지향파, 김혁정 교수 -

 

 

 

- 흑룡, 하늘을 날다 : 김혁정 화백의 2012년 최근 판화 作 -

 

 

 

 

김화백의 예술성이야 말해 무엇하랴지만,

 

매년 서울 종로에서 개인전을 여는 그 부지런함을 어느 화가가 따를 것인가.

 

그 분이 유심히 바라보면, 시선은 어느새 그림으로 승화 된다.

 

해마다 컨셉과 장르를 달리해서 그림 주제를 다양하게 소화해 내는 그 분은 천재화가시다.

 

거목이셨던 선친의 그림 영향도 있겠지만, 그 후천적 노력을 아는 이들은 다 안다.

 

젊은 시절의 운주사 천불천탑에서 시작되었던 그 분의 그림 여정은,

 

프랑스를 돌아나와 이제는 섬과 우주를 넘나들며 또한 자연스런 아픔과도 함께하고 있다.

 

김화백의 열정 가득한 그림에 깃든 서정성과 은유의 미를 깨닫는 이들은 이내 그의 팬이 되기 일쑤다.

 

또한 지인들 사랑하기가 어찌 그 분만한 정성을 대할 수 있으랴.

 

남의 아픔을, 당신 살을 태우는 안타까움 같이 여기는 대단한 정성을 또한 당연시 하는 분이다.

 

필자가 김화백을 존경하는 이유다.

 

친구들이란, 이렇듯 존경의 품격을 갖춘 이들이라야 한다.

 

무언가 말과 행동에서 교훈을 느낄 수 있는 분들의 인품은, 맑은 매화향 같아서 곱다.

 

 

 

 

 - 게스트룸에서 또다른 차를 들면서 담소하던 중, 왼쪽이 이교수시고 오른쪽이 필자 -

 

 - 페치카 위에 놓인 저 철주전자의 물로 다향에 젖으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

 

 - 오늘은 고독한 풍경으로 제각각 백설에 젖은 한 경지씩을 보여주고 있다 -

 

 

 

 

김혁정 화백이 아침에 불쑥 전화를 하셨다.

 

"형! 눈이 많이 와서 꼭꼭 갇혔을텐데, 어쩌까?"

 

그래 말씀을 드렸다.

 

"김교수! 고립무원孤立無援은 바로 내가 원하던 바요!"

 

둘이 하하하!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참! 아름다운 날들에 벗들과 함께하게 해주신 자연自然에 감사를 드린다.

 

 

 

 

 

- 2012년 1월 25일 -

 

 

 

 

 

프로필 이미지

 

 

 

小 鄕  權 大 雄 쓰다

 

 

 

 

++++++++++++++++++++++++++++++++++++++

 

 

 

관련 글은 이곳 블로그에 더 있습니다.

http://blog.daum.net/valeriano

 

 

 

 

P.S: 배경음악은 " 물 소 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