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순례기

너는 또다른 나 - 광원암 현봉 스님

梅君子 2014. 10. 16. 18:44

[ Bulil Report ]

 

너는 또다른 나 - 광원암 현봉 스님

 

 

 

일 시 : 2014년 10월 14일(화)

 

 

 

 

 

법흥대종사 비망록이 거의 완성되어 간다. 도연총집度然叢輯은 총 3권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1집-법흥대종사 일대기, 2집, 법흥대종사 비망록, 3집-법흥대종사 서화집으로 계획하고 있다. 지난번 방우산방에 유숙하면서 은사님의 사진앨범을 1박2일로 스캔하였는데 거의 400여장의 사진을 스캔하느라 정말 애를 먹었다. 새벽예불도 거른체 마라톤으로 달렸더니 26시간만에 스캔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지난한 작업이었다. 그런데 사진에 대한 설명을 잘 안해 주실려고 하는 통에 오늘까지 지연이 되었고, 스승님이 자꾸 다른 화제로 가시려는 바람에 오늘은 큰맘 먹고 다시 송광사를 찾았다.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으시게 하는 게 우선 급선무였고 그렇게 간신히 각 사진에 대한 연대와 설명을 모두 녹음할 수 있었다. 스승님은 죄송하지만 노환에 들으셔서 자꾸만 같은 말을 하시고 화도 내셔서 참 힘들 때가 있다. 어차피 나도 따라가야할 나이인지라 그러려니 참고 있지만 참 애를 먹는다.

 

가끔은 계속 같은 말만 하시고 시차가 안 맞는 말씀만 반복해서 두렵다.

그렇게 늙어가나 보다 하는 거지만 그래도 우울하다. 나도 곧 그런 시기가 다가올 것이니 어찌 이를 남의 일이라고만 하랴? 참 부질 없는 일이지만 해야할 일은 해야 한다는 마음이 녹음을 서둘러 마치려는 이유였다. 잘못하면 애써 스캔해 두고 내력을 모를뻔 했으니까 말이다.!

 

 

 

 

    큰스님의 도연총집 제2권은 비망록으로 엮을 계획인데 거의 70%는 완성이 되었다 (410Page 예정)

 

    노년의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송광사 경내의 모습인데, 국제선원까지 있으니 전혀 이상할 일은 아니다

 

    외국인 교수 두 분이 통역 요청을 해서, 나도 1982년에 이곳을 찾아와 구산 스님을 뵙지 않았던가 말이다

 

    데이비드 존 리 교수(중앙)가 영국인 승려 법천(Steven Bechelor)을 만나고 싶다해서 달려왔던 날이다(좌:구산 스님 우:법천 스님 1982년)

 

    동당에서 법흥 노사님과 도연총집 사진 해설 녹음을 간신히 끝마치고 시간이 남아 광원암에 들렸다

 

    감원이신 현봉 스님을 뵈러 가다 수곽을 둘러 본다

 

     가을 갈수기인데도 물이 풍성하다

 

     광원암은 송광사보다 200여년 앞서 지어진 큰형님같은 암자

 

     농선農禪을 주장하시는 현봉 스님의 채마밭 작품들

 

    광원암은 현대적 불미佛美로 가득 채워진 곳

 

    야자수가 그렇게 쉽게 심어진 것 같은가

 

    이 부처님의 아늑한 미소를 누가 흉내 낼까

 

    주지실인 적취루를 찾아 간다

 

 

 

 

순천 송광사의 산내암자로, 송광사 적광전에서 600m 정도 산길을 오르면 광원암이 나온다. 514년(백제 무령왕 14) 가규(可規) 스님이 창건한 암자인데 신라 혜공왕(惠恭王 재위 765∼780) 때 창건한 송광사보다 약 250년 먼저 세워진 셈이다. 일명 서암(西庵)이라고도 한다.

송광사의 제2세 국사인 진각국사(眞覺國師) 혜심(慧諶 1178~1234)이 주석하면서 1226년(고려 고종 13) 종문(宗門)의 최고 저서인 <선문염송집> 30권을 편찬하였다. 그 뒤 1309년(고려 충선왕 1) 혜초 스님이 중창하였고, 1576년(선조 9) 영윤 스님이 중건하였으며 1710년(숙종 36) 정열·시습·기향 스님이 적취루(積翠樓)를 건립하였다.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중수를 거듭하였고, 1948년 여수·순천사건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송광사가 대화재로 소실되자 1958년 5월 3일 송광사 불사를 위해 광원암은 철거되었다. 그 후 오랫동안 덤불 속에 묻혀 빈터만 남았다가 1992년 현봉스님이 복원·중창하였다. 수많은 큰 스님들이 주석하였던 유서 깊은 암자로, 현재 정면 5칸·측면 2칸의 맞배지붕집인 대웅전과 요사 1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광원암 [廣遠庵] (두산백과)

 

 

 

    현봉 스님은 맑은 선승이시다 (출가 전에 한자경시대회를 휩쓸 정도로 실력이 출중한 분)

 

 

 

 

광원암 이야기

 

 

“옛길을 아시는 게 광원암을 전에도 와보신 것 같소이다.”

 

“ 예! 전에 불일암 가는 길에 이 길을 눈 여겨 보아 두었답니다.”

   

송광사의 사계四季를 모두 사진에 담겠다고 다짐하며, 방과 후에 가끔 찾았던 광원암에서 현봉큰스님을 뵙게 된 것은 실로 행운이었다. 


텃밭을 가꾸느라 분주하시던 스님께서 짬을 내시어 평상에 과일을 내어 주신다. 껍질을 까기가 무섭게 당신은 다시 일터로 돌아 가신다. 수돗가에 놓아둔 물통이 다 차면 얼른 밭으로 가져 가시고, 다시 오셔서는 한 말씀 해 주시고 또 얼른 창고에 가시고, 그렇게 분주하시다.


가만 뵙고 있으려니, 마치 참선이란 바로 이런 역선力禪 속에 있다고 설법하시는 듯 하다. 정말 감화를 받는 바가 컸다. 삶이 이렇듯 진솔하다면 굳이 진리를 찾아 다닐 필요가 무어 있겠는가 싶다. 과일 얻어먹은 죄로 초파일에 다시 찾아 뵙고 연등공양 올렸으니, 필자는 무엇엔가 홀린게 분명하다.

 

(송광사보 2014년 7월호에 실린 필자의 글에서 발췌)

 

 

 

     천수경의 진수를 엮은 귀한 책을 선물 받았다

 

 

    존경하는 현봉 스님 친필

 

 

 

광원암은 마음이 갑갑할 때 가끔 들리는 곳인데, 어느 날 불일학당 졸업생들 모임 끝에 법우님들이 그냥 헤어지기 섭섭해 하여 우루루 몰고서 광원암을 찾은 적이 있었다. 일 하시다 말고 맞아 주시는게, 찾아온 불한당들이 아무런 예고도 하지 않고 왔으니 방해도 될법했고 무례할 법도 했다.

 

"독좌대웅봉이구만."하시는 말씀에 "대웅봉상봉현봉大雄峰相逢玄鋒'"이라 받아 칠려다가 참았다.

검은 칼끝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름 한번 더럽게 무섭네......

 

"스님 광원암 2중대가 차가 고파 찾아 왔습니다."

"보아하니 모다들 어디 날 건달 같으신데, 아니우?"

"그러면 앞으로 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모두들 "하하호호!" 박장대소를 한다.

 

현봉 스님은 배포가 크신 분이다.

온갖 악담에도 눈 하나 꿈쩍 않으시니 말이다.

그러나 한학漢學에 깊은 조예를 가지신 정말 존경할만한 분이시다.

장흥 보림사 보조선사창성비문寶林寺 普照禪師 彰聖碑文을 새롭게 조성할 때 그 비문을 한자로 엮으신 분이라며 모두들 칭송이 자자한 그런 분이시다.

그러니 어찌 존경의 예를 아니 바칠 수 있으랴!

그렇게 필자는 스님의 천수경 강좌를 수강하면서 사제지간이 되었고, 날 건달이라 하여 *폭계의 대부처럼 헹님!으로 모시게 되었다.

 

 

"연산봉 아래 인월정사에서(지금의 인월암은 옛적에 판와암이었다) 구산 큰스님을 모시고 시봉하던 시절의 어느 날, 큰스님께서는 조계산의 정취에 감흥이 겨워 게송을 하나 지으셨어요. 그래 그 게송을 내가 한자로 받아 적었더니 깜짝 놀라시는 거에요. 그렇게 해서 한학을 인정 받고 그러니 강원도 제대로 안 다니고 월반을 해 버리는 바람에 좋은 점도 있었지만, 생각해 보니 제대로 공부를 못하게 된 서운함도 있었어요."

 

 

 

 

    작년 초파일에는 조계산 연산봉에 올라가 텐트를 치고 하룻밤 명상에 들었었다

(아마 그때의 명상기도 덕분에 지금 송광사를 매주 다니는게 아닌가 싶다)

 

 

 

 

작년 초파일에 송광사의 주봉인 연산봉에서 텐트를 치고 명상에 들었노라 했더니, 그곳의 실제 이름은 효령봉이고 그 아래 인월정사라는 초막을 구산 큰스님께서 손수 짓고 사람들을 피해 정진하시던 때가 있었는데, 당신께서 시봉을 들었노라고 말씀 하신다. 하룻밤 비박 자랑을 하려다가 그만 옳케 걸려 들고 말았다. 효봉 스님의 진영 사진을 드리려고 하였더니 사양하며 하시던 말씀!

 

"부처님 한 분이면 되었지, 저는 필요 없으니 다른 좋아하는 분 있으면 갖다 드려요."

 효봉 스님 손상좌가 하는 말씀이시니 그 울림이 크다.

부처님 한 분이면 족하다?

 

대단한 경지다!

 

 

 

결국 또 한 수 배운다!

 

    현봉 스님에게 목은의 '침계루에서'를 시조창하게 했던 당사자인 맑은 계류

 

 

 

 

말씀 하시고 구산 스님의 게송을 시조창으로 읊으시는데, 과연 한 세기의 한량이 아닌가? 감탄한다.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그런 한량!

 

눈을 감고 좌정한체 스님의 시조창을 듣고 있으려니, 문득 현봉 스님이 침계루에서 강의 하시던 때에 감흥에 겨워 목은 이색의 시조 '침계루에서'를 시조창으로 읊던 예전의 정경이 오버랩되어 다가온다.

정말 지독히도 멋을 아는 분이다.

 

함께 마주 앉아 연차를 마시는 그 순간이 불쑥 피어 오르는 연꽃 두송이만 같아서 새록새록 지금도 그 감흥이 아득하다.

 

 

 

  

    어느날 무무문에서

 

    현봉 스님이 주지 시절에 제작한 범종은 강원에 걸려있다

 

    국제승려대회에서 유창한 영어 솜씨도 구사하신다

 

    연꽃 피어 오른 날, 이곳에서 참선에 들고 싶다

 

    감원에게서 하룻밤 참선기도 허가를 받은 진각국사 혜심 부도

 

 

 

 

魚龍在水不知水(어룡재수부지수) 물에 사는 고기는 물을 알지 못하고
任運隨波遂浪遊(임운수파수랑유) 물결치는 대로 자유롭게 헤엄치네
本自不離誰得失(본자불리수득실) 본래 잃어 버리지 않았거늘 득실을 말하지 말라
無迷說悟是何由(무미설오시하유) 미혹함이 없는데 구태여 깨달음을 강조하는가

 
- 진각혜심의 <無衣子詩集>에서
 

 

 

 

    마애여래

 

    적취루 뒷편 상부에 진각국사 부도가 살짝 보인다

 

    좌선을 틀만하지 않겠는가

  

    귀로에 바라 보았던 주암호 가을 갈대꽃

 

    아름다운 대한민국!

 

 

 

 

구산 스님의 게송과 목은 이색의 시조가 함게 오버랩 되는 귀한 가을날, 주암호를 달려 귀로에 오른다. 요즘은 소꼽장난 중에도 가장 멋진 장난질을 하고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80이 넘으신 노스님과 밀고 당기며 누가 치매에 걸렸는지 모를 정도로 허심탄회한 소회를 읊조리고 놀다가, 70줄에 들어가는 조폭 헹님과 또 밀고 당기는 놀이를 한다. 속내는 70이나, 80이나, 60이나 같다는 억지를 부리며 상하를 모르는 분별없는 짓을 자행하고 있는데도 넙죽넙죽 받아 주시는 두 어르신이 고마울 뿐이다. 뭐 저승길 같이 가는데 순번이 어디 있냐고?

 

오랫만에 맞는 말 하고 자빠졌네!

하하하!

 

 

 

 

 

- 2014년 10월 15일 완성하다 -

 

 

 

 

德  山    權  大  雄 쓰다

 

 

 

 

 - 아래는 총 3권으로 출판될 도연총집 표지 디자인 -

    도연총집1권 [법흥대종사 일대기] -  410 Page 예정

 

    도연총집2권 [법흥대종사 비망록] -  320 Page 예정

 

    도연총집3권 [법흥대종사 서화집]-  430 Page 예정

 

위 3편을 포토샵에서 디자인 하느라 오늘 하루해를 다 보냈다.

사는게 그런 거다......

 

 

 

 

++++++++++++++++++++++++++++++++++++++++++++++++++

 

 

상기 본문의 내용 중에서 사진이 안 나올 경우에는 아래 영문 주소를 누르면 바로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blog.daum.net/valeriano <--- 여기 영문을 눌러 주세요 (안 눌러지면 복사해서 주소창에 붙여넣기 해 주세요)

 

  

++++++++++++++++++++++++++++++++++++++++++++++++++

 

 

< 무단 사용시, 그 출처를 꼭 명기 바랍니다 >

 

註 : 돋움체-필자 글(녹색), 궁서체-인용 글(검은 회색)

 

 

 

*************************************************************************************************

  

Healing Wings / Cathy Mar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