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가을을 타는가? - 금강산림대법회 둘째 주
[ Bulil Report ]
그대 가을을 타는가? - 금강산림대법회 둘째 주
일 시 : 2014년 10월 28일(화)
금강산림대법회 둘째 주의 날이다. 오늘은 등명낙가사 주지 청우스님께서 법문을 해 주신다고 한다. 청우 스님은 우리 절 주지이신 무상 스님의 사숙되시는 분인데, 마음 절절한 법문을 해주시는 분으로 유명하단다. 모두들 마음에 새기는 자세가 진지하고, 매우 여법하게 진행되었던 둘째 주의 야단법석이었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는데, 우리 불교대학 법우님들 자원봉사하러 온다고 수고하시니, 그리고 교무국장 스님이 행자 교육 때문에 출타를 하시어서 일도 거들 겸, 법문도 들을 겸 나섰는데 정작 와보니...... 오기를 잘했다 싶다. 먼저 열심으로 수고하시는 법우님들 뵙는 것이 좋았고, 타는 가을의 조계산 풍광도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조계산의 가을만큼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러나 이것도 욕심이리라. 부처님께서는 이 또한 지나간다 하셨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머무는 실상實狀은 없다.
모두 허아虛我의 내가 지어내는 허상虛狀일 뿐이다.
그러니 아름다움도 추함도 모두 마음의 장난임을 알아야 하는데, 이 타는 가을만큼은 정녕 털어낼 수 없다.
완성의 계절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가을에게는 정녕 아무런 죄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시시비비 분별을 일으키는 너의 마음이 가을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쩔쩔 매고 있을 뿐이다. 이 또한 지나 갈 것이다. 그러니...... 마음아, 마음아! 이제는 그만 내려 놓는 연습을 하면 어떻겠니?
내려 놓기 위해 산문을 찾겠다
오로지 코발트빛만 걸린 가을하늘이 너무나 좋았다
여기도 코발트빛 가을만 걸렸다
아름다운 법우님들의 자원 봉사 모습
이 미소 속에 축원이 함께 하신다
그리고 정결한 봉사가 자리하고 계시니
정녕, 축복 받으시기를...
가을의 축복만 듬뿍 받으시기를 서원한다
수선사의 굳게 잠긴 문
사미의 걸음이 여여롭다
사시 예불이 끝나고
법문을 주려고 내려 오시는 청우 스님(좌)
목우헌 계단이 오랫만에 호화롭다
담쟁이는 이별을 끝냈다
이 빗장만 잡아도 깨닫는다는데
청우 스님께 길을 여쭈어 보자꾸나
각안 스님이 입정례를 주도하시고
사부대중은 법문의 희열에 들었다
아름다운 가을 아니던가?
아름다운 국화 아니던가?
아름다운 단풍 아니던가?
효봉 대사시여, 어떻게 이 가을을 털어낼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효봉영각과 사리탑)
타는 가을에 마음도 타들어 가고 있는데
날개처럼 가벼운 깃털 영혼만 들어 오라 우화각은 이르시니,
세상에 가을 말고 또 누가 그리 가벼울 수 있겠오?
가벼움으로만 우화羽化되어 단이와 풍이가 날리는게 아니겠오?
날개 가진 벌이시어, 그렇다 인정하시오
그대의 가을은 집착이 너무도 깊구려
여기 걸린 허공 중의 명예라는 허명이여!
선명한 하늘빛 하나만 남고, 모두 사라지시라
타는 가을이시어, 그렇게 허망함도 털어 내시구랴
일주문을 나서는 마음이 자꾸 헛소리를 하면서 불그스레 물이 들던 날이었다
술먹은 사람처럼 취한 걸음으로 비틀거리며 일주문을 나선다. 고구정녕苦口丁寧, 타는 가을이 그대를 취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니 단풍은 유죄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단이와 풍이에게 유죄를 묻고 싶지는 않다.
분명 단풍이 낙화되어 날렸으니 색色이 날린 것이다. 그런데 저 보이는 색色의 세계가 이 눈眼에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부처님은 색이 없다 하시니, 정녕 공空이라고 하시니 참 어처구니가 없다. 그렇게 이 진리를 받아 들이는데 어언 60여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다. 일체一切가 유심조維心造라시는 말씀을 이해하는데 반백년이 넘는 세월이 훌쩍 흘렀다는 말씀이다. 그러나 그나마라도 각성할 수 있게 해주신 이 가을에게 정녕 감사를 드리겠다. 또한 봉사하는 법우님들께도 감사를 드리고, 자비심으로 분주히 살아가는 모든 사부대중들도 감사하고......
저 혼자서 사시사철 옷을 바꾸어 입으시는 삼라만상 또한 감사할 뿐이다.
항상 그 일심一心으로 초지일관 할 수만 있다면, 애써 어디에서 또 도를 구하랴? 싶다.
참 좋은 가을이, 내 마음에 매달린 그런 충만한 날이 되었다.
- 2014년 10월 29일 완성하다 -
德 山 權 大 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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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 Wings / Cathy M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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