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순례기

내 자아의 출발은 과연 어디인가?

梅君子 2014. 12. 18. 18:16

 

내 자아의 출발은 과연 어디인가?

 

 

 

 

연기법과 천지발생론

 

불가는 연기법이라는 이론이 사상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는 연기법의 논리는 오늘날 정립된 과학의 이론과 대입해 보면 더욱 극명하게 그 진리의 위대함을 검증해 볼 수 있으니 놀라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가의 연기법과 과학의 천지발생론이 서로 일치를 이루는 논리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해 보기로 한다.

인류탄생설에 대한 이론의 성장과정은 고대부터 굳건하게 지켜 내려오던 '신에 의한 천지창조론'과 그것에 배척되는 논리로 근대에 부각되기 시작했던 '진화론'으로 크게 대별해 볼 수가 있다. 천지창조론은 또한 동양과 서양의 두 이론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 원시적인 이론으로 정립된 천지창조론은 동서양이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음 또한 알 수 있다.

즉, ‘하느님은 말씀으로 7일에 걸쳐 우주를 창조하였으며, 마지막으로 흙을 빚어 영혼을 불어넣으니 사람이 되었다.’라고 하는 서양의 논리가 있다면, 동양의 음양오행론은 ‘거대한 혼돈이 일만 팔천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우주로 고착되었고, 여와에 의해 ‘흙으로 사람을 빚으니 인류가 탄생되었다.’고 했으니 두 논리가 거의 대동소이하다.

 

 

다윈의  진화론

 

근세사에 과학과 종교 부분을 강타한 가히 혁명적인 이론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찰즈 다윈에 의해 제기되었던 ‘진화론’일 것이다.

다윈이 진화론을 체계적으로 논증했던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이라는 책의 내용을 크게 살펴보면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로, 인위선택과의 유비를 사용하면서 생물이 진화하는 요인으로서 '자연선택'의 이론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무작위적인 변이 속에서 생존투쟁을 거침으로써 유리한 형질을 지니는 개체만 잔존하고 불리한 것은 배제된다고 하는 생각이었다.

둘째로, 생물적 현상들과 진화론 및 자연선택의 관련설을 밝히면서 그러한 생물적 현상들이 어떻게 진화론이나 자연선택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혹은 설명하기 어려운가)를 전개해 나갔던 것이다.

이를 태아의 형성 과정으로 대입해 보면, 정자와 난자가 수정하여 하나의 생명체를 이루었고, 이 생명체가 다수 증식하면서 어류와 같은 형태로 진화하였다가 점점 포유류의 골격체로 바뀌어 나가는 모습들로 설명하였던 것이다. 또한 지구에 있는 무기물에서 유기물이 탄생하였고, 유기물에서 박테리아가 탄생하였고, 박테리아에서 바닷 속의 어류가 다시 탄생하였으며, 이 어류가 진화하여 육지의 포유류로 바뀌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은 후기 학자들에 의해 극명하게 밝혀지게 되었다. 그러니 가히 20세기를 뒤흔들만한 대 학설의 태동이었다.

우주는 빅뱅 이후 퍼져나가던 무기물체가 서로 달라붙어 점점 굳어지며 고체를 형성한 것이 그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그 무기물에서 유기물이 자연발생적으로 나오게 되었다.

즉, 탄소를 포함하지 않은 물이나 모래, 소금, 철 등을 무기물이라 한다면, 열을 가했을 때 연기를 발생하며 검게 타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유기물이라 불렀는데, 궁극적으로 유기체계는 무기체계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유래했다는 학설이 자리를 굳혔다.

최초 생명의 기원은 약 45억 년 전 원시바다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이유는 자외선을 차단할 수 없었던 원시지구의 대기가 안고 있던 구조적인 모순 때문이었다. 지금은 태양광에서 나오는 자외선이 대기에 의해 어느 정도 차단이 되게 진화되었기 때문에 육지에 생물체가 살 수 있지만, 초기에는 그럴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

그런데 원시바다의 깊은 심해까지 침투할 수 있는 빛의 특성은 녹색 파장을 가지고 있었다. 빛을 분류해 보면 빨, 주, 노, 초, 파, 남, 보라로 나누어지는데 이중 초록빛만이 깊은 심해까지 침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외선이 미치지 못하는 깊은 심해에서는 오로지 유기물에 의한 세포의 형성이 자연발생적으로 태동되었는데, 이들 세포들이 광합성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녹색 파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로 진화되어야만 했다. 녹색 파장을 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녹색으로 형성된 박테리아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고, 그 녹색 박테리아는 다른 박테리아보다 월등하게 증식되면서 다른 종 위에 군림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근대 식물의 조상이 된 시아노박테리아였던 것이다.

이 녹색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가 광합성을 일으키면서 산소를 생산했던 일련의 과정들이 무수한 세월을 거치면서, 지구 상의 대기를 산소로 가득 차게 해 주었다. 이것이 바로 지구대기의 진화 과정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대기층이 형성되자 산소를 필요로 하면서 동시에 발을 가졌던 어류가 육지로 기어 나와 정착하면서 포유류로 진화하는 『종의 기원』의 세계가 펼쳐지게 되었다.

 

 

화엄경의 법계연기

 

그런데 이 종의 기원을 뒷받침하는 세포의 진화 과정에 대한 모든 이론은, 불법의 경전 말씀과 너무나도 일치하고 있으니 과연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일체현상의 생기 소멸生起消滅 법칙을 연기緣起라고 한다면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면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면 저것도 멸한다”라는 연기설과 너무도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함경阿含經에서 연기緣起를 보는 자는 법을 보고, 법을 보는 자는 연기緣起를 본다고 한 말이나, 연기를 보는 자는 불佛을 본다고 설한 것과 같이 연기緣起는 법과 동일한 것으로 불교 중심사상이 되었는데, 태초의 지구와 산소로 가득 채워지게 된 오늘날의 지구 모습이 비록 달라 보일지라도 그 최초 발생 인자는 바로 빅뱅! 그러니까 공空에서부터 출발하였음을 대입해서 살펴볼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화엄경의 법계연기는, 모든 연기를 이상 세계로서의 법계의 전개라고 보고, 일체의 사물은 일즉다一卽多 다즉일多卽一의 연기무애문緣起無礙門의 관계에 있다고 했다. 그러니 빅뱅이라는 하나에서 출발하여 무수히 많은 생명체로 덮이게 된 오늘의 생명현상은 모두 일즉다一卽多 다즉일多卽一의 사상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을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렇듯, 이미 2,500년 전에 모든 진리의 실체를 설파해 놓으신 부처님의 혜안은 과연 얼마나 놀라운지 모르겠다. 나무서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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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권 대 웅

불일불교대학 초대회장

전 전남도민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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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t To Heart / Ernesto Cortaz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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