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의 바다를 보고, 또 무슨 생각이 일어나랴
일 시 : 2013년 9월 25일 - 26일
장 소 : 전남 함평군 해보면 모악산 일원
9월 중순에 이르러 시기를 적절히 조율하면 환상적인 꽃무릇이 피어 오르는 현장을 대면할 수가 있다.
그래서 우리집 베란다에 피어오른 몇송이의 꽃무릇을 살펴보면서 '지금쯤은 용천사에 삼분지 일의 꽃무릇이 피어 올랐겠구만......' 하면서 시기를 조율하고는 했다.
그리고 그렇게 떠나온 길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량의 꽃무릇이 피어오른다는 함평군 해보면의 용천사와, 영광군 불갑면의 불갑사는 함평천지의 제왕인 불갑산이라는 한 몸을 근간으로 살아가면서 그 붉은 빛으로 한창 농염하게 피어올라 초가을의 서해바다를 불태우고 있을 것이다.
그 불갑산 정상에서 오늘은 하룻밤 야영을 할 것이다......
- 월야의 들판에서 불갑산 정상 연실봉을 바라보며 오늘은 그 꼭대기에서 하룻밤 야영하리라 다짐을 굳힌다 -
- 먼저 용천사의 꽃무릇에 안기기로 했다 -
저번 주에 답사를 다녀왔다는 다천님의 블로그 소식과, 용천사를 들러보고 꽃무릇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오원장의 사진을 접하면서, 적절한 만개의 시기를 조율하다가 우리집 꽃무릇이 지기 시작하자, 아이코~ 안되겠다 싶어 서둘러 떠나온 길이었는데......, 아뿔사! 용천사의 꽃은 삼분지 일이, 불갑사의 꽃무릇은 이분지 일이 벌써 지고만 끝물의 현장이었음을 목격하고는 참으로 발만 동동 굴리는 안타까움만 들었다. 용천사보다 불갑사가 더 북쪽에 위치한지라 그쪽의 꽃이 먼저 지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게 대수랴?
찬란하게 피어 오르는 꽃무릇의 붉은 화염은 정말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필자에게 속삭여 주었다. 그것은 무어랄까? 젊음의 붉은 피와 같다고나 할까? 잘 익은 붉은 사과의 빛이래도 결코 따라오지 못할 그 붉다 못해 시뻘거티 시뻘건 적화赤花의 바다를 노닐던 감흥은 도저히 주체할 수가 없었노라고 이 자리를 빌어 감히 고백해 본다.
이 감동을 느껴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쉽게도 이제 내년 9월을 기다려 보아야 할 것이다. 제13회 영광 불갑산 상사화 축제가 2013년 9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애틋한 그리움! 사랑으로 피어나다”라는 주제로 열렸으니, 그때가 바로 꽃무릇의 절정 시기로 가늠해 보면 거의 틀림이 없다. 그러므로 내년 9월에 영광군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제14회 꽃무릇 축제 개최공지가 떠 오르기를 기다렸다가, 그 날짜에 맞추어 찾아가면 거의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다천선생과 오원장은 필자보다 한 수 위의 탐화探花 고수임에는 거의 틀림이 없으리라.
그러나......
그 고수분들도 필자처럼 불갑산 정상에 올라 텐트를 치고 온 밤을 지새우며 꽃무릇의 붉은 향연을 한껏 껴안는 뱃심은 과연 없으시리니, 이제 그로 위안을 삼으리라 싶다.
그러니, 이제는 행장을 꾸려, 떠나자꾸나! 불갑산으로......
- 다행스럽게도 만개한 꽃무릇이 반가히 맞이하고 있었다 -
- 불심을 가득 안았기에 피안화라고도 불리우는 꽃무릇! -
- 부처의 마음 속에 인생의 황금기인 정열의 붉음도 가득하리라 싶다 -
-- 두두물물 경이로움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
- 경향각지에서 찾아온 탐화객들을 부처님은 모두 안아 주실 듯 하다 -
용천사 (龍泉寺)
위치 : 함평군 해보면 광암리 415번지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 본사인 백양사의 말사이다. 600년(백제 무왕 1) 행은(幸恩)이 창건하였다. 절 이름은 대웅전. 층계 아래에 있는 용천(龍泉)이라는 샘에서 유래한다. 이 샘은 황해로 통하며 용이 살다가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645년(의자왕 5) 각진(覺眞)이 중수하고, 1275년(고려 충렬왕 1) 국사 각적(覺積)이 중수하였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도 세조와 명종 때 중수하여 큰 절로 성장하였다. 《용천사대웅전현판단청기》에 따르면 전성기에는 3천여 명의 승려가 머물렀다고 한다.
1597년(조선 선조 30) 정유재란 때 불에 탄 것을 1600년(선조 33) 중창하였고, 1632년(인조 10)에는 법당을 새로 지었다. 1638년(인조 16)과 1705년(숙종 31)에 중건하고, 1938년에 중수했으나 1950년 6·25전쟁 때 모두 불에 타 없어졌다. 1964년에 금당이 옛 보광전(普光殿) 자리에 대웅전을 새로 세우고, 요사채도 지어 절의 면모를 바꾸었다. 1996년에 대웅전을 중수하여 오늘에 이른다.
출처: 함평군 홈페이지
- 용천에서 샘솟는 물을 먹고 일 년에 한번 피어오르는 피안화의 군무! -
- 붉다 못해 핏빛이다 -
- 녹과 적의 조화는 무릇 활기를 북돋워 주는 자양분이라 싶다 -
꽃 무 릇
어느 날
문득, 고개 내민
당신!
누가 보고자퍼
두리번 두리번
온 산을 태우시는가
잎과 꽃이여
그리워 말으시라
한 뿌리면 되었구나
님 찾는 그대도
설타 말으시라
어차피, 한 몸이로다
- 권 소 향
- 피안을 노니는 다람쥐를 보아라 -
- 어떤 염원을 안고 도는 팔랑개비인가 -
- 용천사의 초가을은 청량했다 -
- 군더더기 없는 색감이 황홀하다 -
- 그 무슨 수식어를 더 보태랴? -
- 보통은 6, 7개의 꽃봉우리로 맺혔다가 하나씩 꽃을 티우기 시작한다 -
- 4개의 꽃봉오리에서 꽃을 티우는 중이다 -
- 여섯봉우리가 모두 꽃으로 피워 올라야만, 비로소 꽃무릇이 완성되어 만개의 절정을 보여 준다 -
- 용천사를 내려오는 마음 속에 붉음의 기운이 가득 물들어가고 있었음을 고백해 본다 -
- 계곡의 사이드를 점령한 붉은 망또의 로마군 퍼레이드 -
- 내려가는 언덕에도 적위대가 여지없이 붉은 수를 놓았다 -
- 언제까지 그대를 껴안을 수 있을까나...... -
- 원컨데, 가장 빛나는 보배로만 남으소서 -
용천사의꽃무릇은 그 시기만 잘 조율하면 정말 황홀한 자태에 매료되어 모두 넋을 빼앗기고 말 것이라 내 장담한다. 근년에 이르러 경향 각지의 말소리가 찬란하게 용천사를 에워싸고 있으니, 그래서일까? 촌새악시같은 수줍음으로 홍조를 띠었던 시골스런 절간이 이제는 제법 황후의 품격을 뽐내고 있다.
로마황제 앞에 질서정연하게 도열한 수많은 붉은 망또의 로마군처럼...... 그 도열함의 행진이 가히 압권이다.
이는 붉음이 갖는 미학일 것이다.
붉음의 늦가을 미학의 완성지는 과연 어디일까?
그곳은 11월에 찬란하게 단풍꽃을 피우는 고창 문수사의 애기단풍 천연기념물 숲에 그 해답이 있다고 본다. 그 붉은 단풍의 퍼레이드를 끝으로 겨울의 첫눈이 내리고 가을은 내년으로 사라진다. 그러므로 이제 바삐 서두르며 신께서 채색해 주시는 화려함의 극치! 완성의 미학! 붉음의 끝! 단이와 풍이가 펼쳐가는 가을을 끝없이 보듬으련다
신이시여!
원컨데, 오늘 밤의 연실봉 야영을 허락하소서!
- 2013년 9월 27일 완성하다 -
小鄕 權大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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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글은 아래 링크된 블로그에 더 있습니다.
http://blog.daum.net/valeriano
< 무단 사용시, 그 출처를 꼭 명기 바랍니다 >
註 : 돋움체-필자 글(녹색), 궁서체-인용 글(검은 회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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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t To Heart / Ernesto Cortaz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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