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향일기 小鄕日記

산림청의 아름다운 숲에 뽑혔던 둔동 숲정이의 풍경들(深夏巡禮4)

梅君子 2010. 8. 19. 17:00

산림청의 아름다운 숲에 뽑혔던 둔동 숲정이의 풍경들(深夏巡禮4)

 

 

 

물박물관을 뒤로하고 동복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만나는 곳이 둔동 숲정이이다.

숲정이라는 말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인공으로 조성된 숲을 이르는 말이라는데...

1,500년전에 이곳 숲정이는 조성되었다 한다.

아마도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강주변에 숲을 조성해 제방이 유실되는 것을 막았지 싶다.

 

둔동 숲정이는 산림청에서 아름다운 숲으로 뽑혀서 보호받고 있는 곳인데...

사진촬영의 명소인지라...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가끔은 웨딩포토 스냅촬영도 볼 수 있는...

숲과 강이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이 숲의 수종은 주로 100~200년된 왕버들, 서어나무, 느티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옛날 마을로 들어가던 다리는 차량통행이 금지되었고...

사이드로 신규 교량이 생겼으며,

그 부근에는 이정표와 함께 산림청에서 세운 숲정이 기념비도 서 있다.

 

지금은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게 되어...

마을의 옛 정취는 많이 사라진 것 같다.

광주미문화원에 재직하시던 분이 들어와 살던 20년전만 해도 마을이 참으로 운치가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서구화된 느낌을 이제 지울 수가 없다.

 

산다는게 변화의 연속인지라... 그렇거니 하자꾸나.

 

 - 구 다리에서 바라본 숲정이 -

 - 700여미터에 이르는 숲정이다 -

 

 - 산책하는 이들의 한가로운 모습 -

 - 우리 모녀의 표정도 참으로 싱그럽다 -

 - 숲 덕분에 맑은 정기를 마실 수 있는 것 같다 -

 

 - 다리에 올려진 손수레도 정취가 있다 -

 - 깔끔하게 조성된 숲정이 길이다 -

 - 산림청 지정 아름다운 숲 기념비 -

 - 정미소도 운치가 있는 곳이다 -

  - 오수라도 즐기고 싶은 한가로움이 그곳에는 있었다 -

 - 이전에는 이곳이 웨딩포토 작업하는 곳이었는데... 그때의 꽃마차는 사라지고 없었다 -

 - 원래의 구 다리이다 - 

  

  

  

  

 

  - 모녀간의 한가로움이 엿보인다 -

 - 부부간에는 오랜 연륜에 의한 한가로움이 있지 않을까 -

 - 정말 아름답고 풍요로운 숲이다 -

 - 강과 숲이 너무나 조화로운 숲정이의 정경이다 -

 

 

 

유마사에서 시작한 오늘의 피서는 이곳을 끝으로 마감한다.

계획으로는 이곳에서 1키로 떨어진 곳에 있는 김삿갓임종지와 초분지(첫 매장하였던 무덤)도 보려 하였는데... 

너무 빡빡한 일정에 다들 피곤해 보여 생략하기로 했다.

 

방랑철학자이자 시인이었던 김삿갓은 동복에 있는 친구의 집에 찾아와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마을 뒷산에 가매장하였던 곳을 김삿갓초분지라 부르는데...

그의 후손들이 3년 후에 찾아와 영월땅으로 이장하게 된다.

 

방랑시인 김삿갓의 시재詩才는 가히 신선급은 되어 보이는데...

유랑으로 생을 마감했던 그분의 필연적인 운명이 안타깝다.

 

죽竹의 한글이름인 '대'를 인용해서 쓴 김삿갓의 재치있는 시를 감상해 보자

 

이대로 저대로 되어가는대로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생긴 그대로

옳은 건 옳다, 그른 건 그르다 제대로 붙이고

손님 대접은 집안 형편대로

市井 매매는 시세대로

만사를 내 마음대로 하느니만 못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 대로 지내세

 

此竹彼竹化去竹 風打之竹浪打竹

飯飯粥粥生此竹  是是非非付彼竹

賓客接待家勢竹  市井賣買歲月竹

萬事不如吾心竹  然然然世過然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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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천재적 재능을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예전의 과거시험은 시詩로서 장원을 뽑았으니...

시인들이 참으로 으쓱할 일들이며... 그때는 운치가 있었다.

 

그의 재치있는 九月山을 노래한 시 한편도 감상해 보자.

 

去年九月過九月  今年九月過九月

年年九月過九月  九月山色長九月

 

작년 구월에도 구월산을 지나갔고

금년 9월에도 구월산을  지나도다

해마다 9월이 되면 구월산을 지나는데

구월산의 그림자는 9월에 길게 드리웠구나

 

 

- 김삿갓이 한많은 일생을 마쳤던 둔동 건너편 구암마을에 있는 친구의 집 -

 

 

 

김삿갓은 자신의 임종을 예감하고 동복현으로 찾아 든다.

동복은 산세가 수려한 적벽이 있는 곳으로...

예로부터 물산이 풍부해 인심도 좋았다 한다.

 

또한 동복의 유림들은 김삿갓(김병연)의 학식을 존중했기 때문에...

김삿갓이 서너번은 이곳에 찾아와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래의 시는 동복 구암마을 창원정씨 서제(書齊)에서 한가롭게 지내던 정경을 노래하고 있다.

그가 만일 조상을 폄하하는 운명적인 시를 짓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목민관이 되어 이런 한가로움을 즐겼을 것이니...

생각해 보면 업보라는 것이...

운명이라는 것이...

참으로 무섭다.

업장을 짓지 않기 위한 삶을 살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리라...


반휴서가수권책(半虧書架數卷冊)

전전세세일개연(傳傳世世一個硯)

묵향심취자심한(墨香深醉自心閑)

미구차외하소구(微軀此外何所求)

 

반정도 이즈러진 서가에는 수권의 책이 있고

대대로 전해오는 벼루도 한 개 있네

묵 향기에 깊이 취하니 마음 스스로 한가롭다

미약한 몸 이밖에 그 무엇을 바라리요

 

이 시에는 김삿갓의 염원과 이상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얼마나 이렇게 목가적인 한가로움에 안주하고 싶었겠는가.

 

 

 

 

 - 필자가 몇년 전 가을에 찾았던 둔동의 단상과 사진을 발췌해 본다 -

 

 

 

 

 

 "숲정이"란 마을 근처의 숲 이라는 순수한 우리말로 이곳은 2002년 향토 문화유산 12호로 지정됐고, 같은해 제3회 산림청 전국대회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숲의 명예까지 얻었다. 전남 화순군 동복면 연둔리 동복천을 따라 울창한 나무들이 700m에 걸쳐 늘어서 숲을 형성하고 있다. 가슴 높이 직경이 1.5m나 되는 느티나무와 직경 1m 정도의 호랑버들, 큰나무와 서어나무, 상수리나무가 줄줄이 서있고 큰나무 사이 사이에 수양버들, 이태리포플러, 뽕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바닥에는 마삭줄, 왕쥐똥나무, 거북꼬리풀, 쇠무릅, 조릿대 등 총 120여종이 서식한다.

 

대부분의 큰나무들은 수령400백년 이상이며, 230여본에 달하는 나무들의 후손들도 나이가 만만치 않다. 직경 1㎙가 넘는 호랑버들의 줄기에는 오랜 풍상으로 인해 세계에서 제일가는 조각상이 만들어졌고 숲을 이루면서 곧게 자란 느티나무는 목재적인 가치도 수십억을 넘는다. 둔동 마을앞을 동복천이 흐르면서 실어나른 고운 흙이 마을의 터를 만들고 지금으로부터 500여년 전인 조선조 초기에 마을이 형성돼 마을의 나이도 수백년이다.

 

둔동마을의 숲정이가 만들어진 연유는 두가지로 추측된다. 하나는 동복천변에 마을이 형성되면서 여름철 홍수를 막기위해 나무를 심어 숲정이가 생겨났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예전에 이 마을에 만석군이살았는데 마을 뒷산에 있는 큰 바위가 건너편 김삿갓과 인연이 있는 구암마을에서 보이면 마을에 재앙이 생긴다고 하여 숲을 조성했다는 설이 그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판단하기는 전자인 홍수 대비책으로 조성된 숲정이로 보인다. '아름다운 숲' 그 자체를 원형대로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고자 2001년 4월 군 보호수로 지정되었고, 2002년 7월에는 화순군 향토문화유산 제12호로 지정됐다.

 


 

 

이런저런 상념으로 숲정이길을 거닐어 본다.

유마사의 보운낭자가 치마폭으로 커다란 바위를 들어서 만들었다는 보운교의 이야기나...

김삿갓이 적벽에 이르러 생의 마감을 예감하고 이를 한탄했다는 이야기나...

모두들 지나간 시절의 한 단편들일 뿐이다.

 

그러나 그런 의미에 역사성을 부여하는 것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신들의 삶을 뒤돌아 보며...

다시금 옷깃을 여미는 기회를 가져 보라는 뜻은 아닐까.

그런 상념이 필자를 숙연케 한다.

 

그렇게 싱그러운 날들이 흘러 가고 있다.

 

폭염이 아무리 맹위를 떨친들...

기어코 풍추楓秋는 오리라.

 

 

 

 

小 鄕   權  大  雄  書

 

 

 

 

일 시 : 2010년 8월 19일 (목)

 

장 소 : 전남 화순군 동복면 연둔리 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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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글은 이곳 카페에 더 있습니다.

http://cafe.daum.net/valeriano

  

 

P.S: 배경음악은 " 물 소 리 "

 

  

- 2010년 8월 22일 완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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