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순례기

[Bulil Report 1] 송광매의 암향에 취하다 - 송광사 불일학당 입학식

梅君子 2014. 4. 1. 20:40

 

[ Bulil Report 1 ]


부처님의 생애와 구산선문 - 불일학당 첫째주

 

 

 

일 시 : 2014년 3월 27일(목)

 

장 소 : 전남 순천시 송광면 송광사 일원

 

 

 

 

 

    조계총림 승보종찰 송광사

 

 

 

 

먼저 마음이 조계산에 와 닿으면, 그 마음만을 축하해 주며 몸도 조계산을 찾아올 일이다.

지눌스님은 무등산 규봉암에서 목매를 날려 그렇게 조계산으로 찾아 드셨다. 그러니...... 구산선문이 총체적으로 응집되는 곳! 조계총림에 깃드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생각해 본다. 그런 불연佛緣의 세계를 거닐기 위해서 조계산을 찾아 다닌지가 햇수로 어언 그 몇 해던가?

 

지나간 아스라한 날들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젊은 나이! 그것도 새파란 총각의 나이에 효봉스님의 행적을 따라 순례해 보려고 길을 나서서, 그 순례의 첫 보고를 올리던 곳이 바로 조계산 송광사였다. 그리고는 좌탈입망의 성지인 천황산 표충사 서래각까지 보고 나오던 그런 청년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송광사와 선암사 간의 종권다툼 분규가 연일 톱뉴스로 보도되던 시절이었으니 생각만 해도 아스라했던 40여년 전, 그야말로 먼 시절의 이야기다. 그 뉴스를 순천의 어느 여관에서 아침을 먹으며 들었던 때가 바로 엇그제 같은데 곰곰 생각해 보니, 지금의 백발이 참으로 안스럽고 다만 세월의 무상만을 느끼게 한다.

 

대저, 이 나이에 이로도록 그대는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다시금 불쑥 나타나 '불법의 세계에 새롭게 접근하겠다!'며 조계총림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일까.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고 했는데, 정녕 이 길이 가고자 하는 '마지막 결단'이더란 말인가. 그러나 다시금 곰곰 생각해 보아도 그런 결론을 내린 자신에 대해서 한 점의 후회도, 일 점의 의혹도 아니 일어 나니, 맞기는 맞는 선택을 한 모양이다.

 

더 늦기 전에...... 인생지대사이자 궁극의 최종중대사를 이제 해결짓기로 하자. 그런 마음으로 또다시 조계산 연산봉의 축복이 가득 서린 조계총림 송광사에 찾아 들었던 것이다. 송광사에서 초심자를 위해 개설했던 불일학당의 공지가 두어 달 전에 있었다. 그래, 더 늦어 후회하기 전에 다시금 각오를 여미며 새롭게 발심하자는 취지로 수강신청을 했던 것이다.

 

이제는 학연의 공덕을 부지런히 닦아서, 할 수만 있다면 절마당을 쓰는 행자가 되는 심정으로 번잡했던 그 마음을 가볍게 내려 놓으리라 결심했던 것이다. 그러면 정말 족하고 행복하지 싶다. 그래 서원하노니, '그런 불연이 태동되어 그 果가 익으면, 다가오는 래생來生에는 부처 되게 하여지이다!' 하는 마음으로 불일학당에 입문의 기회를 노크했고, 바로 그 입학식이 오늘 거행된다하여 조계총림에 찾아들었던 것이다.

 

 

 

 

    연등의 축복을 배낭에 가득 담아 가는 복스런 아낙네의 모습

 

    백매님께서 '어서 오너라!' 반기시었다

 

    선암매와 견주는 송광매의 담백한 아름다움을 보아라

 

 

 

 

사람이 살아가는 근기의 자양분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가?

오래 전부터 가져온 삶의 동인動因에 대한 의문은 지금의 나이가 되도록 게으르지 않게 탐구해 왔건만 결코 풀리지 않던 의문의 수수께끼였다. 그 의문에 대한 구도행을 때로는 절박하게, 때로는 간절함으로 바치었건만 결코 그 해답을 구할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거기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결코 말이나 글로써 형상화 되어 표현될 수 없기 때문이리라.

 

그래 옛 선인들께서는 말로나 글로 전할 수 없는 그 오묘한 법에 대해 여러가지 기행적 가르침으로 깨달음을 주려 했는데, 주먹 한번 내보여 줌에도 깨치는 이가 있었는가 하면, 성인께서 꽃을 들어도 웃는 이가 한 분 밖에 없었다거나, 팔만대장경을 정성으로 필사해 보아도 결코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하는 이들이 숱하게 많았던 까닭이 되었다. 사람의 일평생으로는 부족해서 가축으로, 미물로, 다시 인간으로 윤회하면서 여러 겁을 지내는 동안에도 결코 풀 수 없었던 그 오묘한 진리의 법! 그 법은 과연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결코 가까운 곳에 없는 듯 보이면서도, 결코 가까운 곳에 계실 수밖에 없는 그 무한한 진리의 법을 위해서는 내가 좀더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때가 바로 명경헌에서 독살이하던 저지난 시절의 일이었다. 그 2년 간의 산중 독살이는 무한한 침묵과 함께 자연의 위대함을 깨달아 가게 해주던 시절이었으니, 그로 인해 小鄕은 우주의 철리가 결코 멀리에 있지 않고, 바로 곁에 계시면서 늘상 함께 주무시고, 함께 생활하셨다는 것을 이내 깨닫게 되었다.

 

자연 속에 깊이 머물며 생활하는 사이,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승화되어 그 은혜로움에 대한 경배의 마음을 갖게 해 주었고, 다만 그 아름다운 이치를 몰랐던 지난 날의 어리석은 소견에 대해서는 '허허~' 하는 웃음 밖에 아니 나왔던 것이다. 그래 '모든 것이 마음에서 지어냄'이라는 일체유심조一切維心造를 뼛속 깊이 새기게 되었던 것이니, 그 무량한 불은佛恩에 대해 다만 감사의 예를 올릴 뿐이다.

 

그동안 무지막지하게 혼신의 힘을 다해 진리를 구하려 했건만, 자고 뿌리고 먹고 싶은 욕계삼욕 마저도 어쩌지 못했으니, 이제는 보다 더 진솔한 성실함으로 다가서고 싶었던 까닭이 되었다. 그렇게 산중 암자의 독살이 시절은 나름대로 소향을 살찌우게 해 주셨다. 그래서 지금도 그 독살이 시절을 용케 견디게 해주신 우주의 무량은無量恩에 대해 다만 무한감사를 바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조계총림 불일학당에서 열심히 공부 하는 일에 진력을 다하자꾸나.

 

 

 

 

    대웅전에서 불일학당 제3기 입학식이 거행되었다

 

 

 

 

그렇게...... 그 태초의 근원에 대한 물음에 보다 더 순수하게 다가서는 급선무가 무엇인가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초보의 하심下心을 다시금 되찾는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재무장하는 각오가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하심下心을 가져야 한다!

물이 아래로 흐르면서, 결코 위로 거슬러 올라가려고 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래로 흐르는 내내 얼마나 위대한 진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는 물길이시던가 말이다......

 

지천명에 이르도록 그대가 해 놓은 일이 과연 무엇이던가? 2년 동안의 산중 불당골 독살이에서 그대가 얻은 결론이 과연 무엇이던가 말이다. 물론 이제는 세상사에 대해 손 안에서 쥐락펴락할 정도쯤의 경지는 이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이만하면 되었다는 자족의 마음 또한 얻을 수는 있게 되었다. 그 관점에서 보자면, 이승이 그렇게도 아름다울 수가 없다는 혜안을 또한 얻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만족하기에는 아직도 소망스러운 욕慾이 남아 있었다. 바로 진리에 대한 성취욕! 말이다. 사실...... 그 욕慾도 또한 놓아버려야 할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냥 턱! 놓아 버리면 될 터인데...... 말이다.

 

그래도 사내대장부로 태어나 한번쯤은 도전해 볼 일이 아니던가 싶다. 그래! 하는 마음으로, 대웅大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큰 서원을 내고서 그 각오를 다지기로 했다. 이 생에서 안된다면 다음 생에서라도 결론을 지어야 하겠기에, '다음 생生에서는 스님으로 태어나게 해주소서!'라는 보다 큰 환생의 은덕恩德을 서원했던 것이다. 그런 불덕을 짓기 위해서 그대가 해야 할 일이 과연 무엇이던가? 보다 더 겸허하게 다가서기 위해서 첫째로 대중공부의 학덕을 많이 짓는 일이 급선무였고, 또한 불연을 많이 맺는 자비행의 실천에도 적극 나서기로 결심했던 것이 바로 엇그제의 일!이었다.

 

작년에는 그런 각오를 첫번째 실천하는 일에 바로 착수했다. 그 실천이 무엇인가 하면, 서기롭고 위엄 가득한 전국명산에 대한 외골수 등반길의 실천이었다. 나홀로! 고결한 기운을 한껏 간직한 명산에 찾아들고 싶은 마음이 절로 우러났던 것이다. 산정山頂에 힘들게 올라가 그 정상에서 야영하며 명상을 게을리 하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던 각오는 바로 실행으로 이어져 갔다. 그렇게 마음의 각오를 새롭게 하면서 전국의 명산을 찾는 일에 진력을 다했던 지난 일 년간의 수행길이었다. 운수행? 그런 건 모른다. 다만 마음길을 따라가며 자신에게 성실한 수행을 하기위해 최선을 다했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그렇게 적멸보궁 오대산에 찾아들어 예를 올렸고, 설악산 봉정암의 적멸보궁에서 단잠에 빠지기도 하였다. 사자산 법흥사의 적멸보궁을 찾아가는 길은 그 얼마나 향기롭던가? 또한 우리나라 최고봉에 계시는 월출산 마애불 곁에서 꿀잠에 취하는 일도 시도했다.

 

그리고...... 작년 초파일 이브에는 이곳 송광사의 주산이라고 할 수 있는 조계산 연산봉에 올라가 하룻밤 야영에 들게 되었다. 송광굴목이재로 올라가, 연산봉에서 야영하고 다음날 장군봉을 거쳐 선암사로 하산하려던 각오를 실천으로 옮겼던 것이다. 그렇게 초파일 이브의 연산봉 야영 중에...... 기막힌 신비의 체험을 얻게 되었다. 오로라 가득한 초파일 상현달이 마음에 불쑥 찾아들어와, 축복을 한아름 가득 뿌려주던 은덕이었으니, 연산봉 부근에서 초막을 짓고 생활하셨다는 저 구산스님의 가피력이심에 정녕 틀림 없었던 체험이라 믿고 싶다. 대저, 석사자께서는 다만 말씀이 없으시다.

 

그런 인연이 싹을 맺고 꽃을 피우게 되어, 승보종찰 송광사의 불일학당 강좌에 입문하여 불심을 다시 배우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러니 이 소중한 학덕學德을 위해 오직 정성만을 기울이면 되리라 싶다. 그런 소망이 큰 불덕佛德의 과보로 익어 '다음 생生에서는 스님으로 태어나게 해주소서!'라는 서원 또한 발심하게 되었다. 마치 티베트의 린포체 같은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그런 서원 말이다. 그런 인연으로 인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러나 그 서원이 안 이루어진다면, 다만 불목하니가 되어서라도 절마당을 쓸고 닦을 수 있는 그런 소박한 인연이라도 내게 닿았으면 싶다. 그런 연緣도 결코 쉽지는 않을 일이다. 불연佛緣과 맺으려던 인연의 끈이 지난 수십여년간 그 몇번이나 무산되고는 하였던가 말이다. 지난 육십여년 동안의 세월을 되새겨보니, 불문에 들 결심을 하고서 그 일을 실천에만 옮기려 하면, 다른 인연이 매번 필연처럼 끼어들어 와서 방해를 놓던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그렇게 내 앞길을 종종 가로막고는 했던 불운한 인연에 대해서 다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면 할 수록...... 정말! 쉽지 않음의 연속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바로 그 서원 실행의 첫 날! 불일학당 제3기 입학식이 열리는 감미로운 축연祝緣의 날이다.

어찌 마음 가득, 정성을 다하지 않으랴?

 

 

 

 

    대웅보전에 들어서니 한량없는 가피력이 법당 안에 충만함을 느끼겠다

 

    모두들 정성 다해 예불을 드렸다

 

    더없이 온화하신 부처님이시여, 저희의 서원을 들어 주소서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1
 

부제불제불(夫諸佛諸佛) : 대저 모든 부처님이
장엄적멸궁(莊嚴寂滅宮) : 고요하고 아름다운 적멸궁을 보이신 것은
어다겁해(於多劫海) : 저렇게 많은 오랜 세월 동안
사욕고행(捨欲苦行) : 욕심을 버리고 고행했기 때문이요 

 

중생중생(衆生衆生) : 많은 중생들이
윤회화택문(輪廻火宅門) : 불타는 집에 있는 듯 고통 속에서 윤회하는 것은
어무량세(於無量世) : 헤아릴 수 없는 세월 속에서
탐욕불사(貪慾不捨) : 탐욕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니라
* 화택(火宅) : 이 세상의 번뇌와 고통을 불타는 집으로 표현한 것. 삼계(욕계,색계,무색계)가 불 타는 집과 같다는 말 

 

무방천당(無防天堂) : 막지 않는 저 천당에
소왕지자(少往至者) : 들어가는 자가 적은 것은
삼독번뇌(三毒煩惱) :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위자가재(爲自家財) : 자신의 재물로 삼았기 때문이니라
* 삼독심(三毒心) : 탐(貪), 진(嗔), 치(痴) ( 貪: 욕심, 嗔: 성냄, 痴: 어리석음 ) 

 

무유악도(無誘惡道) : 꾀임 없는 저 악도에
다왕입자(多往入者) : 온갖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은
사사오욕(四蛇五欲) : 허망한 몸과 세상의 욕망으로
위망심보(爲妄心寶) : 헛된 마음을 보배로 삼았기 때문이니라
* 삼악도(三惡道) : 지옥(地獄), 아귀(餓鬼), 축생(畜生)
* 사사(四蛇) : 만물의 생성요소인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의 사대(四大)
* 오욕(五欲) : 재욕(財欲), 성욕(性欲), 식욕(食欲), 명예욕(名譽欲), 수면욕(睡眠欲) 

 

인수불욕귀산수도(人誰不欲歸山修道) : 누구인들 산에 들어가 도 닦을 마음이 없겠는가
이위부진(而爲不進) : 그리 하지 못하는 것은
애욕소전(愛欲所纏) : 애욕에 얽매인 때문이니라
연이불귀산수수심(然而不歸山藪修心) : 그러나 산에 들어가 마음을 닦지 못하더라도
수자신력(隨自身力) : 자신이 힘껏 노력하여
불사선행(不捨善行) : 착한 행을 버리지 말아야 하느니라

 

자락능사(自樂能捨) : 스스로 세상 즐거움을 버릴 수 있으면
신경여성(信敬如聖) : 사람들이 믿고 존경하는 것이 성인과 같을 것이요
난행능행(難行能行) : 행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행하면
존중여불(尊重如佛) : 사람들에게 존중 받는 것이 부처님과 같을 지니라
 

 

참고: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
 

고려 중기 보조국사 지눌(知訥)이 지은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과 신라의 원효(元曉)가 지은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고려 후기 야운(野雲)이 지은 《자경문(自警文)》을 합본한 책이다. 야운의 《자경문》이 고려 후기에 저술된 것을 보면 조선시대 때 합본된 것이 분명하나 언제, 누가 합본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계초심학인문》은 지눌이 조계산 수선사에서 대중을 인도하고 교화시키기 위하여 지은 기본규율서로 주요 내용은 행자의 마음가짐과 지켜야 할 규범, 일반대중이 지켜야 할 준칙, 선방에서 지켜야 할 청규 등이다.


《발심수행장》에는 수행에 필요한 마음가짐이 적혀 있고, 《자경문》에는 수행인이 스스로 일깨우고 경계해야 할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 정성으로 입학식을 마치고서 기념촬영에 임했다(상좌단 모자 쓴 이가 필자)

 

    목우자의 가피력이실까? 하늘에서는 진짜 목매가 날고 계셨다

 

    승보전의 부처님께, 새로운 승연을 맺고자 하는 이 서원을 잊지말고 새겨 주시기를 기원 드렸다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2 


간탐어물(慳貪於物) : 재물에 인색하고 욕심을 내는 사람은
시마권속(是魔眷屬) : 이것은 마구니의 권속이요
자비보시(慈悲布施) : 자비로운 마음으로 보시하는 사람은
시법왕자(是法王子) : 이것은 법왕의 자손이니라
* 간탐(慳貪) : 인색하고 욕심이 많음
* 법왕(法王) : 불법(佛法)의 왕으로 부처님을 가르킴 


고악아암(高嶽峨巖) : 높은 산과 높은 바위는
지인소거(智人所居) : 지혜 있는 사람이 머물 곳이요
벽송심곡(碧松深谷) : 푸른 소나무와 깊은 골짜기는
행자소서(行者所棲) : 수행자가 머무르는 곳이니라
* 峨(높을 아) : 峩(높을 아)와 동자(同字)
* 棲(깃들일 서) : 捿(깃들일 서)와 동자(同字)
 

기손목과(飢飱木果) : 배가 고프면 나무열매를 먹어서
위기기장(慰其飢腸) : 주린 창자를 위로할 것이요
갈음류수(渴飮流水) : 목이 마르면 흐르는 물을 마시어
식기갈정(息其渴情) : 목마름의 마음을 쉴지니라
* 飱(저녁밥 손) : 飧(저녁밥 손; 동의어)이나 餐(밥 찬)으로 표기한 출판물도 있음
 

끽감애양(喫甘愛養) : 좋은 음식으로 아끼고 보살펴도
차신정괴(此身定壞) : 이 몸은 결정코 무너질 것이며
착유수호(着柔守護) : 부드러운 옷으로 이 몸을 감싸 보호하여도
명필유종(命必有終) : 언젠가 이 목숨은 반드시 마침이 있느니라
* 喫 : 먹을 끽
* 壞 : 무너질 괴
* 護 : 도울 호
 

조향암혈(助響巖穴) : 메아리 울리는 바위굴로
위염불당(爲念佛堂) : 염불하는 법당을 삼고
애명압조(哀鳴鴨鳥) : 슬피 우는 오리와 새로
위환심우(爲歡心友) : 마음을 즐겁게 하는 벗으로 삼으리라
* 鳴 : 울 명
* 鴨 : 오리 압
 

배슬여빙(拜膝如氷) : 절하는 무릎이 얼음처럼 시려도
무연화심(無戀火心) : 불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없을 것이요
아장여절(餓腸如切) : 굶주린 창자가 끊어질 듯 하더라도
무구식념(無求食念) : 밥 구하는 생각이 없으리라
* 餓 : 주릴 아

 

 

 

    백매님! 백매님! 이 서원을 부디 들어 주시어요!

 

    이곳 삼일암에 올라가 구산 스님을 뵙고서, 영국인 승려 법천을 만나게 해달라고 청을 넣던 삼십삼년 전의 기억도 떠 오른다

 

    사자루에서 예절과 습의에 대한 공부가 지정스님(교무국장) 강의로 이어졌다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3

 

홀지백년(忽至百年) : 백년이 잠깐이거늘
운하불학(云何不學) : 어찌 배우지 아니하며
일생기하(一生幾何) : 일생(인생)이 얼마나 되기에
불수방일(不修放逸) : 닦지 않고 방일하는냐
* 방일(放逸) : 제멋대로 꺼리김 없이 방탕하게 놂
 

이심중애(離心中愛) : 마음 가운데 애욕을 떠난 이는
시명사문(是名沙門) : 이를 일러 ‘사문(스님)이라 하고
불연세속(不戀世俗) : 세속을 그리워하지 아니함은
시명출가(是名出家) : 이를 일러 ‘출가’라 한다
* 離 : 떠날 리(이)
* 戀 : 그리워할 연(련)
 

행자라망(行者羅網) : 수행자가 비단 옷을 입는 것은(수행자가 애욕의 그물에 걸리는 것)
구피상피(狗被象皮) : 개가 코끼리 가죽을 쓰는 것이요
도인연회(道人戀懷) : 도 닦는 사람이 그리워함을 품는 것은
위입서궁(蝟入鼠宮) : 고슴도치가 쥐구멍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바늘 같은 털이 있는 고슴도치는 쥐구멍에 들어가는 것은 쉬우나 나오기는 어렵다는 뜻 )
* 羅 : 벌이어 놓다 라(나),  비단 라(나)
* 網 : 그물 망
* 蝟 : 고슴도치 위
 

수유재지(雖有才智) : 비록 공부할 재주와 지혜가 있더라도
거읍가자(居邑家者) : 마을 사람과 함께 살면
제불시인(諸佛是人) : 모든 부처님께서는
생비우심(生悲憂心) : 이 사람을 걱정하시고 슬퍼하시고 가엾어 하시며
* 憂 : 근심 우
 

설무도행(設無道行) : 비록 도행이 없더라도
주산실자(住山室者) : 깊은 산중에 살면
중성시인(衆聖是人) : 여러 성인들이 이 사람에게
생환희심(生歡喜心) : 환희심을 내느니라
* 室 : 집 실, 거처(居處) 실, 사는 곳 실
 

수유재학(雖有才學) : 비록 재주와 학문이 있더라도
무계행자(無戒行者) : 계행이 없는 자는
여보소도(如寶所導) : 보배가 있는 곳으로 인도하여
이불기행(而不起行) : 따라가지 않는 것과 같고
* 導 : 인도할 도
 

수유근행(雖有勤行) : 비록 부지런한 행은 있으나
무지혜자(無智慧者) : 지혜가 없는 자는
욕왕동방(欲往東方) : 동쪽으로 가고자 하나
이향서행(而向西行) : 서쪽으로 가는 것과 같다
* 雖 : 비록 수
* 勤 : 부지런할 근

 

 

 

 

    이제 열심히 공부하면 되리라

 

    개나리꽃이 새로운 출발을 축복해 주시는 듯 하다

 

     목우자님 곁에 올라, 오늘 목매의 발현에 대한 질문을 올리기로 하였다

 

    지눌스님은 '그만하면 되었으니, 내려 가라!' 하시는 듯 싶었다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4


유지인소행(有智人所行) : 지혜 있는 이가 행하는 것은
증미작반(蒸米作飯) : 쌀을 쪄서 밥을 지음이요
무지인소행(無智人所行) : 지혜 없는 이가 행하는 것은
증사작반(蒸沙作飯) : 모래를 쪄서 밥을 지음과 같으니라
* 蒸 : 찔 증
* 飯 : 밥 반
 

공지끽식(共知喫食) : 공히 밥을 먹어
이위기장(而慰飢腸) : 주린 창자를 위로할 줄 알아도
부지학법(不知學法) : 부처님의 법을 배워
이개치심(而改癡心) : 어리석은 마음을 고칠 줄 모르는구나
* 喫 : 먹을 끽
* 慰 : 위로할 위
* 飢 : 주릴 기
* 癡 : 어리석을 치
 

행지구비(行智具備) : 지혜와 수행를 갖춤은
여거이륜(如車二輪) : 수레의 두 바퀴와 같고
자리리타(自利利他) :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것은
여조양익(如鳥兩翼) : 새의 두 날개와 같도다
* 備 : 갖출 비
* 翼 : 날개 익
 

득죽축원(得粥祝願) : 죽을 받고 축원하면서도
불해기의(不解其意) : 그 뜻을 알지 못한다면
역부단월응수치호(亦不檀越應羞恥乎) : 또한 단월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느냐
* 粥 : 죽 죽
* 檀越(단월) : 시주(施主). 스님에게 또는 절에 물건(物件)을 베풀어주는 사람
 

득식창패(得食唱唄) : 공양 받고 염불하면서도
불달기취(不達其趣) : 깊은 이치를 알지 못한다면
역불현성응참괴호(亦不賢聖應慚愧乎) : 이 또한 성현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느냐
* 唱唄 : 소리 내어 노래하듯 염불하는 것
* 應 : 응할 응
* 慚 : 부끄러워할 참
 

인오미충불변정예(人惡尾蟲不辨淨穢) : 깨끗함과 더러움을 구별 못하는 벌레를 사람들이 미워하듯
성증사문불변정예(聖憎沙門不辨淨穢) : 깨끗함과 더러움을 분별 못하는 사문을 성현들은 싫어하느니라
* 辨 : 분별할 변
* 穢 : 더러울 예

 

 

 

 

    오죽烏竹이 보위하고 있는 수선화가 더욱 청아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우주자연의 가피력 아니겠는가?

 

    관세음보살께서 그렇게 가르쳐 주신다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5
 

기세간훤(棄世間喧) : 세상의 시끄러움을 버리고
승공천상(乘空天上) : 허공의 천상으로 가는 데는
계위선제(戒爲善梯) : 계행이 가장 좋은 사다리이니라
* 喧 : 시끄러울 훤, 지껄일 훤
* 梯 : 사다리 제


시고(是故) : 이 때문에
파계(破戒) : 계를 파하고
위타복전(爲他福田) : 다른 이의 복전이 됨은
여절익조부구상공(如折翼鳥負龜翔空) : 날개 부러진 새가 거북을 등에 업고 하늘을 나는 것과 같으니라
* 破 : 깨뜨릴 파
* 翔 : 날 상
 

자죄미탈(自罪未脫) : 자신의 죄를 아직 벗지 못했다면
타죄불속(他罪不贖) : 다른 사람의 죄를 어찌 벗겨 줄 수 있겠느냐
* 贖 : 속죄할 속
연(然) : 그러니


기무계행(豈無戒行) : 어찌 계행의 지킴도 없이
수타공급(受他供給) : 다른 사람이 주는 공양(시주)를 받을 수 있겠는가
 

무행공신(無行空身) : 수행이 없는 빈 몸은
양무이익(養無利益) : 아무리 잘 길러도 이익이 없음이요
무상부명(無常浮命) : 무상한 뜬 목숨은
애석불보(愛惜不保) : 사랑하고 아껴 주어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니라
* 惜 : 아낄 석
 

망룡상덕(望龍象德) : 용상의 덕을 바라거든
능인장고(能忍長苦) : 오랜 고통(고행)을 능히 참을 것이요
기사자좌(期獅子座) : 사자좌에 앉을 날을 기약하려거든
영배욕락(永背欲樂) : 세상의 욕심과 쾌락의 즐거움을 영원히 등질지어다
* 獅 : 사자 사
 

행자심정(行者心淨) : 수행자의 마음이 깨끗하면
제천공찬(諸天共讚) : 모든 천신이 찬탄하지만
도인연색(道人戀色) : 도를 닦는 이가 색(물질이나 이성)를 그리워하면
선신사리(善神捨離) : 착하고 좋은 신들은 이들을 버리고 떠나리라
* 讚 : 기릴 찬
 

사대홀산(四大忽散) : 이 몸은 어느 날 문득 홀연히 흩어지고
불보구주(不保久住) : 오래 머물러 보존되지 못하리니
금일석의(今日夕矣) : 오늘도 벌써 저녁이라
파행조재(頗行朝哉) : 어느새 내일 아침이 되는구나
* 忽 : 갑자기 홀
* 頗 : 매우 몹시 대단히 파
* 哉 : 어조사 재

 

세락후고(世樂後苦) : 세상의 즐거움은 후에 고통이 되거늘
하탐착재(何貪着哉) : 어찌 그것을 탐하고 집착할 것이며
일인장락(一忍長樂) : 한번 참으면 길이 즐거움이 되거늘
하불수재(何不修哉) : 어찌 이를 알고 도를 닦지 않겠는가
* 貪 : 탐낼 탐
 

도인탐(道人貪) : 도를 닦는 이가 욕심을 내는 것은
시행자수치(是行者羞恥) : 이것은 수행자의 부끄러움이요
출가부(出家富) : 출가인의 부유함은
시군자소소(是君子所笑) : 이것은 군자(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니라
* 羞恥(수치) : 당당(堂堂)하거나 떳떳하지 못하여 느끼는 부끄러움
* 笑 : 웃음 소

 

 

 

    사내대장부라면 관음보살처럼 그렇게 큰 무량원無量願을 세워야 하는 법이거늘

 

    그렇지 못할 바에는 마음을 낮추어 하심의 정성으로 바다까지 흐르기로 하자

 

    내려 가다, 내려 가다...... 혹시 수증기의 연緣을 입어 승천이라도 하게될지 그 누가 알겠는가?

 

    작년 초파일 이브에 올랐던 저 조계산 연산봉의 정령精靈께서 빙그레 웃으신다

 

    작년 초파일에는 연산봉에 올라가 무등산을 향해 텐트를 치고서는 깊은 명상 수련을 했었다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6
 

차언부진(遮言不盡) : 일일이 이런 말을 다 할 수가 없거늘
탐착불기(貪着不己) : 탐욕과 집착을 그치지 않으며
제이무진(第二無盡) : 다음에 미루고 미루어 미룸이 끝이 없거늘
부단애착(不斷愛着) : 헛된 애착을 끊지 못하는구나
* 遮 : 이것 (저) 차, 가릴 차, 숨길 차
* 貪着(탐착) : 만족(滿足)할 줄 모르고 더욱 사물(事物)에 집착(執着)함
 

此事無限(차사무한) : 이런 일이 한이 없으니
世事不捨(세사불사) : 세상의 헛된 일을 버리지 아니하며
彼謀無際(피모무제) : 세상 일을 도모하는 일이 끝이 없으니
絶心不起(절심불기) : 도모하는 일을 끊지 못하는구나
* 絶(끊을 절) : 絕 끊을 절 (동자)
 

금일부진(今日不盡) : 오늘부터 잘 해야지 하면서도
조악일다(造惡日多) : 날로 악업은 늘어가고
명일무진(明日無盡) : 내일부터 잘 해야지 하면서도
작선일소(作善日少) : 날로 선업은 줄어들며
* 不盡(부진) : 다하지 않거나 없어지지 아니함
* 造惡(조악) : 나쁜 일을 함
* 日少(일소) : 나날이 적어짐
 

금년부진(今年不盡) : 금년부터 잘 해야지 하면서도
무한번뇌(無限煩惱) : 번뇌가 한이 없고
내년무진(來年無盡) : 내년부터 잘 해야지 하면서도
부진보리(不進菩提) : 깨달음으로 나아가질 않는구나
* 無盡(무진) : 다함이 없음, 무궁무진(無窮無盡)
 

시시이이(時時移移) : 시간이 끊임없이 흘러
속경일야(速經日夜) : 하루가 금방 지나가고
일일이이(日日移移) : 하루 하루가 끊임없이 바뀌어
속경월회(速經月晦) : 보름 한달이 빠르게 지나가는구나
 

월월이이(月月移移) : 한달 한달이 끊임없이 바뀌어
홀래년지(忽來年至) : 홀연히 일년 지나가고
연년이이(年年移移) : 한해 한해가 끊임없이 바뀌어
잠도사문(暫到死門) : 잠깐 사이 죽음의 문에 이르렀구나
* 暫 : 잠깐 잠, 별안간(瞥眼間) 잠
* 到 : 이를 도
 

파거불행(破車不行) : 부서진 수레는 구를 수 없고
노인불수(老人不修) : 늙은 몸은 수행하기 어려우니
와생해태(臥生懈怠) : 누우면 게으름이 생기고
좌기난식(坐起亂識) : 앉아서는 어지러운 마음만 일어남이라
* 懈怠(해태) : 게으름
 

기생불수(幾生不修) : 몇 생 동안 수행을 떠나
허과일야(虛過日夜) : 낮과 밤을 헛되이 보냈는데
기활공신(幾活空身) : 이 헛된 몸을 얼마나 살리려고
일생불수(一生不修) : 이 생마저 수행하지 않는가
* 日夜(일야) : 밤과 낮. 밤낮
 

신필유종(身必有終) : 이 몸은 반드시 마침이 있으니
후신하호(後身何乎) : 다음 생은 또 어이할까 생각하면
막속급호(莫速急乎) : 급하고 급하지 아니하며
막속급호(莫速急乎) : 급하고 급하지 아니한가
* 後身(후신) : 다시 태어난 몸

 

 

 

 

    무등산 규봉암에서 목매를 날리셨던 목우자님을 위한 명상 끝에, 조계산 장군봉 일출을 새벽에 맞이 했던 것이다

 

    그 정성이 결코 헛되지 않아, 오늘 송광쌍매의 그늘에서 입문의 축복을 안게된 것이다

 

 

 

 

梅花雨 맞으며

 

 

                      - 小 鄕   權 大 雄

 

 

꽃잎이 비처럼

나리우니

정녕, 마음만 아프구나

 

매화와 연을 맺고

백년을 살자 했건만

해마다 이고지는

낙화만 서러웠더라

 

그대, 삭풍에 떨며

인고의 아픔으로

하늘만 바라기했거늘

 

고결하게 피어올라

구름에 입맞춤하던

황홀한 그대의

裸身도 잠시!

 

바람에 꽃잎 꺾여

梅花雨로 날리실제

정녕 인연도

끊기셨나 서러웠더라

 

세세생생 언약으로

梅花緣 맺은 우리려니

애닯아 마시게나

설타 말으시게나

 

그렇게 위로 드리는 사이

바람 그친 잔디에

매화잎 누이셨으매


명년은 또다시

우리에게 오실 거외다

그러니, 설타 말으시와

편히만 쉬소서

 

 

 

    송광쌍매에서 내려와, 율원을 지나 감로암에 올랐다

 

    고봉국사께서는 감로암의 높은 기운을 세세생생 이어 받게 하셨을 것이다

 

    마치 마르지 않고 누천 년을 흘러 내리는 이 약수처럼 말이다

 

    아! 그런 수승한 기운 가득한 이곳에서, 소향의 기운도 제발 일취월장하시라!

 

    내려오는 길목에서 산수유의 감은感恩을 화우花雨처럼 받았다

 

 

 

 

잠시 인연따라 온 인생

 

 

이번 생에 잠시 인연따라 나왔다가
인연이 다 되면 인연따라 갈 뿐이다.


장작 두 개를 비벼서
불을 피웠다면 불은 어디에서 왔는가


장작속에서 왔는가
아니면 공기속에서 왔는가

 
그도 아니면 우리의 손에서 나왔는가
아니면 신이 불을 만들어 주었는가.


다만 공기와 장작과 우리들의 의지가
인연 화합하여 잠시 불이 만들어졌을 뿐이고
장작이 다 타고 나면 사라질 뿐이다.

 
이것이 우리 몸을 비롯한
모든 존재의 생사이다.


불을 어찌 고정된 실체라 할 수 있겠으며
'나'라고 내세울 수 있겠는가
다만 공한 인연생 인연멸일 뿐이다.


여기에 내가 어디 있고 내것이 어디 있으며
진실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다 공적할 뿐이다.
이 몸 또한 그러하다.


인연따라 잠시 나왔다가 인연따라 잠시 갈 뿐
'나'도 없고
'내것'도 없다.


그러할진데 어디에 집착하고
어딜 그리 바삐 가고 있는가.
갈길 잠시 멈추고 바라볼 일이다.

 

 


                  - 화엄경 중에서

 

 

 

 

    송광백매님께 하직 인사를 드리고서 속세로 다시 돌아 온다

 

 

 

 

불일학당 제3기 입학식은 대웅전에서 여러 교수님을 모시고서 엄숙하게 치러 졌다. 오늘의 이 자리가 있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노력해 주신 교무국장 지정스님과 김다빈 교무과장님께 감사한 말씀만 올린다. 이런 인연을 만나기가 어디 쉬운 일이던가 말이다. 그러니 정말 감사 드릴 일이다.

 

사자루에서 이어진 첫 강의는 지정스님께서 자상하고 밝은 웃음으로 채워 주셨다. 맑은 송광매 화사하게 피어 오른 이 찬란한 봄날에 여러 학우님들과 함께 엄숙한 불법의 세계에 귀의하게 되었음을 뒤늦게나마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보조스님이 열심히 경책하신 '초발심자경문'에서와 같이 틈틈히 배우고 익히면서 아름다운 불연의 도솔천에 귀의해 들어 가리라.

 

비록 허망할 손! 이 사대육신이라 하지만, 송광백매 피어오르신 이 이승은 얼마나 아름다우신가! 그 일만 생각하기로 하자......

 

아름답고, 또한 아름답다!는 그 느낌은 아름다움을 아름답다고 찬탄하는 그 순진한 마음에서 진심으로 우러 나올진대, 항차! 이에 견주어 또다른 어떤 목적을 구하려 애를 쓰겠다는 말인가? 그런 마음으로 불일학당에 입문하는 내 마음이 고맙다. 이제 초발심하는 연을 기필코 맺게 되었으니, 두 번째로 할 일은 정성을 다하는 일이겠다. 인생이 매양 그렇듯이 정성을 다해 살아 가노라면 후회할 일도, 용서할 일도, 그리고 싸울 일도 무에 있겠는가? 말이다.

 

천자암 가는 길에 피어 오른 송광쌍매도 친견하고, 반대편 감로암과 고봉국사 부도도 참례하였다. 푸르르고 강직한 소나무 우거진 3월의 조계산 언덕은 너무나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가득차 절로 환희심을 갖게 해 주었다. 봄빛 가득한 수풀 사이를 말없이 소요하면서, 이 깊고 내밀한 숲의 향기에 취해 가는 자신에게 가만히 되물어 본다. 너는 그래도 다행이로구나. 혹자는 거친 진흙의 수렁텅이에 빠져 그 자신도 알게 모르게 헤매지 않던가 말이다. 그런데도 다행스럽게, 그대는 연을 잘 맺어 이렇게 아름다운 솔숲을 소요하게 되었으니, 이 무슨 감은스러운 축복이던가 말이다. 이만하면 그 깊고깊은 축복의 배려를 안겨주신 부처님 전殿에 무릅을 꿇고서, 생명의 예를 다 올려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안 그러신가?

 

항상 마음을 다 잡고서 스스로 경책하며, 이 귀하디귀한 인연 주신 법연法緣에 또한 감읍하며 살아 갈 일이다. 그외 무슨 또다른 희원喜願이 더 필요할까?

그외 원願을 더 바란다면, 그대는 한낱 욕심장이에 다만 염치없는 중생일 뿐이다. 아니 그런가?

 

 

 

 

 

- 2014년 4월 5일 완성하다 -

 

 

 

 

 

小鄕 權大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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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단 사용시, 그 출처를 꼭 명기 바랍니다 >

 

註 : 돋움체-필자 글(녹색), 궁서체-인용 글(검은 회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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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 Wings / Cathy M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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