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봄을 찬미했던 앵도음(櫻桃吟)의 날
열린 날 : 2010년 5월 1일 오전 11시 장 소 : 명 경 헌 뜨락 시 쓰신분 : 시인 박주관교수 사 진 : 화백 김혁정교수
- 앵두꽃이 이쁘게 피어 올랐다 -
산앵음한지도 꽤 되었는데... 복숭아꽃 피는 날 만나 도화음桃花吟을 하자고 약속했던 이들이 서로의 일정이 맞지를 않아 연기를 하다가... 오늘 만나게 되었으니... 도원결의라는 의미의 도화음桃花吟으로 해도 좋겠지만... 앵두꽃이 마침 보기에 좋으므로 그냥 앵도음(櫻桃吟)의 날이라 명명하기로 했다. 타는 봄날에 아무 날이면 어떠랴... 꽃 핀다는 핑계로 만나면 되었지...
우리는 오늘도 날이 맞지 않을 것 같아서 모든 일 작파하고... 두 눈 딱 감고, 이른 시간에 미르기화백의 아뜨리에에서 만나, 아무런 이유도 달지 않고 그냥 결행을 하기로 했다.
왜? 앵도화 피었고... First of May이니까... 그만하면 명분이 딱!!!
- 청옥동을 지나 미지의 금단동을 답사하였다 - - 죽림재는 조씨문중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던 곳이다 - - 장서각이 있을 정도로 죽림재는 학문행이 깊었던 곳이다 - - 박주관 시인과 함께 무등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 - 미르기 김혁정화백과도 함께 (광주호에서) -
그 전날... 찬란한 봄빛을 받으며... 석곡동, 청옥동, 금단동, 죽림재... 광주호, 금곡도요지 등을 돌아 보았기에... 어찌보면 명경헌은 연속으로 치러지는 심춘深春의 2부 행사라 할 수 있었다.
오매불망 초대하던 손님이 오셨으니... 이로써 족하고 내... 오늘 한번 신나게 놀아 보리라...
사진은 화백이자 사진에도 조예가 깊은 김혁정 교수가 찍어 주었고... 주옥 같은 <명경헌 예찬>은 시인인 박주관 교수가 남겨 주었으니... 오늘은 명경헌明耕軒이 호사스런 멋태를 한껏 부린 날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함께 동문수학했던 이들이 찾아와서 명경헌을 이쁘게 보아 주시니... 어찌 고맙지 않으랴...
- 박시인은 명경헌에 도착하자 시상을 가다듬기 시작하였다 -
++++++++ 아래의 주옥같은 장편 시를 써주었던 박시인에게 감사를 드린다 +++++++
명 경 헌 음 운 明 耕 軒 音 韻
朴 柱 官 (2010년 5월 찬란한 첫 날에 쓰다)
I
물소리 빛나며 들리고 바람 소소히 흘러드는 옛 절터 명경헌明耕軒에 봄빛 사태져 쏟아져 내린다
II
사람소리 없는 햇볕 잔잔한 곳 소계곡 흐르는 잔잔한 저 물소리 누굴, 자연을,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반기는 모습인가 숲나무, 꽃들 스스로 울타리 선 피안의 공간을 만든다 잠시 머물고 가는 이 욕심을 허許하소서
III
음악이 흐르는 햇빛 조요로운 오두막 한 채 흔적없이 스쳐가는 물, 바람소리만 배경으로 넘쳐 흐르는 참, 고적한 곳 미혹의 세계를 벗어난 텅빈 충만의 집 하나. 찰나도 쉬어가는 무심無心의 집이리니 행복幸福하도다. 충만하도다
IV
밥 짓는 냄새도 진정 못 맡겠네 사진 속에서 가족이 웃어도 보이지 않네 세계의 정상들이 악수하는 모습도 명경헌明耕軒에선 무명의 미물로 사라진다네. 이곳에 와서는 사라지는 슬픔보다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마음이 깨닫고 나를 깨우쳐 주는 영성이 깃든 곳임을 감지할 수 있어 빈마음들이 충일로 가는 길목임을 보았다네
V
잔설마냥 귓바퀴를 하나 둘 적셔드는 잔풀들의 살아 있음으로 내 미망의 신경들이 깨어나는 시간쯤, 명경헌明耕軒의 나무수액들이 젖어들고 있다 나풀거리는 잔잎들의 흔들림에 내마음도 실어서 보내니 없어지는게 아니라 계속 흘러가고 있는 작은 계곡의 물소리 마냥 온 몸으로 적셔들며 속삭인다 이 집은 그대를 위하여 늘 기다리고 있었다 한번 처음으로 와 본 명경헌明耕軒은 미소 지으며 아무 말 없이 흔들리며 다가 오기만 한다
VI
내 그대 사랑함 진정으로 자연의 선물을 받음과 같으니 이 집의 지세가 풀을 자라게 하고 나무들을 순박純朴하게 하거늘 음악 들으며 시詩 적으며 사진 찍는 그대들도 청심淸心하거늘 집 한 채가 주는 힘은 바로 명당明堂으로서 지격地格을 높이는 것. 내 명경헌 사랑하고 사랑함은 진정으로 나를 태어나게 하고 그대들을 도반들을 다시 만나게 하니 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5月의 진정 찬란한 첫 날의 공기에 마음껏 취해서 미망에서 벗어나는 시간들의 혜안 안에 거居하게 하소서 풀 한포기 바람 한 줌 아름다운 세상 이루는 명경헌明耕軒의 따뜻함과 온아함에 취해서 5월의 첫 날이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태어나고 있구나
VII
단아한 한 사람의 모습을 본다. 아바타의 변신도 아니요 인생의 세월 흐름에 변한 것도 아닌 진정스런 처음 만났던 그때의 모습대로 자유로운 인간의 주유천하가 여기 있었다. 권대웅. 오늘 당신의 요리사 분신分身은 무어라 표현해도 부족할 것이고 어떤 미사여구가 그 가치를 평가하리오. 당신의 모습은 저 70년대의 폭풍 속에 있었고 고흥의 큰바다에도 있었고 광주光州의 양동천변에도 그 그 이전以前 충장로의 그 음악홀에도 5.18의 진실 세움에도 영원히 그 모습 그대로 있었다. 변變한 것은 결코 없었다. 처음 세상에 나온 그 시간대로 그동안 그대가 자유로움으로 행동했던 그 순수함으로 이곳. 大德 땅에 큰 덕을 쌓았으니 사람들이 와서 보는 그리곤 새로운 에너지를 충만하게 받아 떠나는 이 조촐한 명경헌明耕軒에서의 인생정심人生正心을 배우고 떠나니. 당신이 있음으로 이곳을 왔다간 자者들아. 행복하여라
VIII. 때죽나무 아십니까
떼죽일까 때죽일까 처음 들어본 나무 이름 신기한 언어의 그 의미를 알려면 명경헌明耕軒에 오세요. 이름 모를 꽃들, 풀, 나무들은 이미 이름이 있었지만 인간人間들이 몰라서 모른 것일 뿐 사람들아. 당신들이 이름 모를 군상일 뿐 자연스럽게 자연의 사물들은 이름이 이미 명명돼 있었다. 이제야. 그 진실을 깨달았다
VIIII. 가락, 한가락 소리
영원히 흘러가는 시간 소리 계곡에서 흘러가는 시냇물 소리 현악기 타고 흐르는 국악 한 소리 우리의 귓전을 스쳐가는 무명無明의 해탈자여, 그대들을 안고서 헤쳐가는 인생의 지혜를 배우려는 자세 하나로 이곳의 봄볕 맞으러 왔으니 허공에서 만나서 부딛히는 소리의 진실을 깨닫게 하소서. 깨닫는 자에게 소리가 안겨들고 있다
X. 봄 날의 상추쌈
상추쌈을 산 속에서 들어 보니 새소리가 얹어져 세상이 더욱 맛있고나 맛으로 길든 세계 속에서 빠져나와 무위자연으로 된장 부벼 먹으니 바베큐 목살도 기똥차게 혀를 간지럽히고 도시 속 갇힌 식당가에서 먹던 맛이 풀어져 숲 속으로 날으며 명경헌明耕軒 찾아 온 사람들을 기깔나게 만드는 재조가 있구나
xi. 돌 하나 돌 둘
거북돌 쌓으니 돌 던져 버리고 가던 옛길 아니로다 한마음 모두어 적선으로 모은 돌들 계곡 옆 채워 놓으니 빛나는 산돌로 살아나는고야 흰나비 날아들어 차가운 돌에 앉을라 치면 바람이 장난 불어 다시 날아 가지만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저 한 개의 돌탑이어도 바람도 꽃도 계곡물도 심히 우러르며 한암을 지내고 하루 이틀 사흘 영원의 시간을 함께하는 무언의 약속이거늘 아름다운 명경헌에서는 자연도 살아나고 살아 있지만 죽어있는 인간들도 다 함께 살아나는 돌의 사랑이 깊어지고 있다 차가운 것이 영원히 차가운 것은 아니다
xiii. 의자 몇 개
손님을 기다리는 저 숲 속의 의자 몇 개 언제든 비어있어도 좋고 가끔은 누군가가 와서 앉아도 좋지만 비어있음이 채워지기 위해서는 더욱 길어야 한다 오는 이 없어도 바람이 쉬었다 가고 새소리도 머물러 가고 무슨 걱정을 하랴 아무도 오지 않음이 더욱 더 그리워지는 명경헌明耕軒의 공간이여!
viiii. 주인이 말하길
손님 대접함이 내 보시요 적선이요 그대들의 집에서 처럼 평안平安하게 지내다 가시소서 어디든 자기 집이 되는 것, 그것이 시혜요 나눔이요 사랑이다
xv. 목련나무 지기로서니
나무에 목련꽃 없어도 그 가지 사이로 보이는 저 연초록색의 녹음들이 다가오니, 가슴이 애리다 초록의 바다에서 꽃 지고 나무 푸르르니 더욱 아름답고나 세상의 뜻은 모두가 바라 보면서 만드는 것이거늘 먼 하늘 바라보다 가까운 숲으로 눈을 돌린다
- 끝 -
......
- 앵도음의 날에 필자는 너무 마음이 일렁여서 주체할 수 없었음을 고백해 본다 -
마음맞는 지기들과 그리운 정담을 나누고 평소 공감했던 부분들을 다시한번 꺼내어 재공감하면서... 그리 살다 가면 되는 거지... 무슨 심오한 철학적 명제가 필요할 것이며... 잡다한 세파에 옷 젖을 일 있겠는가 말이다.
오랫만에 마음맞는 지기들과 실컷 떠들고... 실컷 웃어대며... 세월을 거꾸로 돌아가... 학창시절을 헤매었더니... 문득 지금의 내가 호접몽蝴蝶夢이 되었다. 학창시절의 내가... 늙은 내를 보고 깜짝 놀랐으나... 늙은 나비는 움쩍도 하지 않았다. 세월을 비켜가지 않은 연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윤회설을 강조하므로 해서 4계급의 신분이 고착화 되고... 신분상승은 내생에도 불가능하다고 천민들을 호도한단다. 그러니 어찌 보면 윤회설도 치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리 생각해 보면 아무리 깊은 사유라도... 호접몽과 다름 없다.
생멸生滅을 이겨낼 윤회輪廻는 없다!
小 鄕 權 大 雄 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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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글은 이곳 카페에 더 있습니다. http://cafe.daum.net/valeriano
P.S: 배경음악은 Beethoven의 Spring Sonata "2악장"
- 2010년 5월 5일 완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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