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평, 다도 가는길>
- 박 주 관 시인의 연작시 기행
1.다도,나주호 가는길
호수를 따라가는 길이 너무나 밝으면 신비감은 달아나고 저만치서 운무가 나리면 인간들의 마음은 적료해지면서 자기도 모르게 두손을 모은다. 한눈으로 세상을 한꺼번에 보느니 풍경을 나누는 연습에 이제라도 온몸을 다 던져야 할듯
보시게나 ,나무들의 사랑함과 산과 산의 의지함과 그 한가운데를 고적하게 흐르는 보이지 않은 저생물들의 본성, 그 견인함을 안아 드리는것이 사랑이라.
2. 녹야원 정자가 하는 말
길가던 사람들아 산속에 호젓하게 들어 앉아 잘 보이지 않은 녹야원의 보시를 못 만나면 슬픈 일이다.
산세 그대로 초입에서 맞는 정자의 운치는 사계절 다 가도록 언제나 어느 시간에도 호젓하게 길손을 맞고 있다.
사람이 오지 않으면 그대로 온다고 해도 늘 그자리에 앉아서 맞는 집주인 효공당처럼 무덤덤하면서도 실속이 가득 찬 손님맞이가 무엇인지 직접 체험하는 것도 마음훈련이요 정진이라 길손들이여 한번쯤 들르세요.
3.몸공으로 지은집
어느 누가 육체를 혹사하는 것을 좋아할까 육체가 쇠하여야 정신이 깨는가 정신이 깬 다음에 육체가 순환하는가 말로서 이룰 일이 아니어라
몸으로 공을 쌓아야 무슨 공이란가 사람들을 맞는 공, 부처를 내 안에 앉히는 일도 모두 몸공이라 우리 스님 20년동안 홀로서 쌓은 집에 들면 늘 편안하고 기와집 처마선처럼 산그리매의 다정함으로 느릿하게 아름답게 마음을 앉칠 수 있어 좋아라. 요사채로 오르는 저 계단의 보일듯 보이지 않은 스님의 원력이 사람들의 발밑에서 조용히 피어오르는도다
4. 무설전 탱화 앞에서
어허, 이런 불상을 본적이 있었는가. 한국현대불교에서는 누구도 꿈꾸지 못한 누구라도 볼 수 있고 정이 가는 한국인이라면 다 알 수 있는 부처님의 모습을 인간과 생물들과의 정겨운 모습을 통해 탱화형상으로 그린 것 아니여.
그래 금동부조로 다시 부각시키니 바로 한편의 그림으로 걸렸고 누구나 고개가 끄덕여지며 마음이 참 편하다, 이런 불상을 모신 무설전은 일찌기 한반도내에서는 없었지 않은개벼.
녹야원의 샤카무니께서는 무한한 미소를 머금고 가섭존자는 혼자 웃는게 아니라 여러 제자들과 함께 모두 깨달아 미소 짓고 있으니 이 또한 파격이라 부처님 아래에 사자를 조각해 사자후를 만들고 이 모든 잔잔한 천진스런 웃음이 우리의 효공당을 닮은 모습이라 무설전 이곳에 오면 누구나 저 금동탱화불 앞에선 견성을 하고 싶어라.
5. 만추의 절 길에서
길을 따라가면 무엇이 더 있나요. 아서라 그곳에는 자연이 숨쉬며 계절의 내음을 우리에게 귀띔해주고 있다.
참으로 아늑한 숲길이라- 이곳에서 이승일랑 잠시 벗어 놓아도 괜찮다 괜찮다 그대 태어나서 어디로 흘러 가고픈가 저 돌계단을 오르면 피안에 이를 거니 속세에 나리는 저 길도 부처행임을 안다.
무설전 앞 뜨락에 만추가 깊이 내리니 댓잎에 이는 바람아 나를 데려가 다오 인간들의 상념은 온 우주로 향하고 아직도 몸공으로 지어내는 다실은 비어있구나.
6. 스님 앞에서 시를 낭송하다
친구같은 원진스님 친구였지 이제는 효공당으로 법력을 더 쌓으니 도반보다는 스승인 스님이시라
시집 출간 후 녹야원에 들른 그날 차 한잔 나누며 대화를 하던 중 이 절에 대한 기행시 있어 스님 앞에서 즉흥적으로 낭송하니 훈훈한 기운이 돌면서 연꽃이 배시시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그 꽃 번짐으로 하여 우리들은 각자의 수처작주를 갖게 되었다.
7. 만추 메타세쿼이어길에서
자동차에서 내려 바라보니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아 멍해져 있을때
우뚝선 나무들이 단풍색깔로 열병식을 갖고 있었다. 그저 아하 하는 외마디 소리에 영특한 나무들은 그저 하늘로만 비상하고 땅으로는 잎이 떨어지는 순간의 빛냄에 취해 있었다.
그래도 비 그치면 그자리에 더 있다가 헐벗은 나무가 되더라도 우리가 바라보는 이 시간속에서는 그대로 빛난 존재임을 알고 있었다.
영원은 처음부터 끝이 있는게 아니고 순환의 미를 가지고 돌면서 한 생을 이어 간다면 잠깐은 사라졌다가 다시 부활하는 저 나무처럼 존재하는것이지. 만추의 스러져가는 아름다움은 다시 우리들 가슴에서 타오르고 있다.
8. 매화군락지 보며
이 겨울의 초입에서 보이는것은 그저 비뚤비뚤 남아 있는 나무들의 튀들림뿐이다. 화려했던 시간들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수산한 나무가지만 벗고 서서 수줍은듯 잔해만 붙어있다.
형체로야 매화 너로구나 알아 볼뿐 꽃진뒤 모습이야 초라한 군락 보기싫은 앙상함이니 피는꽃도 어떨땐 슬픔 주더니 이곳에서는 땅속에 묻혀버린 꿈들도 찾을수 었으니 폐허는 이런 상태라면 몰락이라는 경지까지 가는 단계라고 여기면 될까.
아니야 지금 남아서 눈내리는 눈꽃을 피울 또하나의 설중매화군락을 그려보면 그렇게 슬픈일만은 아니다.
낙화도 아름답다 하거늘 눈꽃이 피는 장관을 그려보며 군락지를 지나며 후일을 기약해본다. *****************************************************************************
- 박주관 시인의 연작시 기행 -
다녀온 날 - 2010년 11월 27일
< 사진 - 소 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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